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곳
토요일 아침, 헤어숍에 왔다.
이곳은 올 때마다 나에게 평온함을 선물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나는 이 공간에서 이렇게 편안해지는 걸까.
조금 깊게 생각해 보니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세상의 요구와 역할에 맞추어 살아오다,
이곳에서는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허락받기 때문이다.
아빠도, 남편도, 아들도, 사위도, 직장인도
어떤 직함도 내려놓고
그저 한 사람의 ‘나’로 존재해도 되는 시간.
마음도, 영혼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하라거나,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 준다.
“고객님”이라 불러주며 웃어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 준다.
두 시간 남짓,
내가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한다.
거울 앞에 앉아 시간을 느끼며
나이 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거울 속에는 지금의 내가 있고,
어린 시절의 내가 있고,
중년으로 향하는 내가 함께 있다.
흐트러진 시간 속에서 멀어졌던 내가
천천히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그 순간, 마음속에 쌓여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 분노 같은 것들을
머리카락처럼 싹둑 잘라낸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한다.
다시 해보자.
다시 사랑해 보자.
이 삶을, 힘껏 껴안아 보자고.
이곳에서는
내가 나에게 집중해도
그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다.
가만히 기다려준다.
마음껏 나를 마주하고,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공간이다.
조금 지루해질 즈음이면
갓 내린 따뜻한 커피와 쿠키를 내어준다.
아낌없이 주는 마음.
그리고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겨준다.
말은 없지만,
“고생하셨다”
“우리 함께 또 힘내자, 또 해보자”
그런 응원이 손끝에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헤어숍이 좋다.
머리를 자르러 가는 곳이 아니라,
잠시 나를 돌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