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고 쓰고 달립니다.

빛이 나를 써 내려간 날

by 맨부커

오랜만에 야근이 없는 날,

주말이고

하루를 온전히 가질 수 있는 날이다.


그토록 갖고 싶었고,

그토록 읽고 싶었던 책을 들고

거실 책상에 앉았다.


아파트 20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나무와 자동차, 사람들.

바람 소리와 빛.

어느 하나 감동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텍스트 위로 쏟아지는 햇빛,

머리 위에 내려앉는 찬란한 축복이

내 안을 지배하고 있던

어둠과 피곤함,

우울과 불안, 분노를

말없이 씻어낸다.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정신없이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쓰는 것인지,

이 순간의 시간이 나를 움직여

쓰고 있는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없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하늘의 빛을 받는 순간,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순간

나는 비로소 알게 된다.


삶은 고통도 있지만,

그럼에도 기쁨이라는 것을.


나는 인간으로 살아가며

여러 기쁨을 경험하지만

이런 순수한 기쁨이야말로

인간을 치유하고,

인간 심연의 가장 바닥까지

닿는 기쁨이라고 믿는다.


아—

나는 이 기쁨을,

이 찬란함을

더 오래 향유하고

더 많이 나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