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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Feb 11. 2024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나는 이번 겨울방학에 사랑니를 뽑아야 했다.

매년 1~2월은 교육행정직 공무원에게 실로 잔인한 달이다.

어느덧 경력이 10년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겨울방학은 정말 너무나 바쁘고 정신없다.


2024년 새해 목표 중 하나로

브런치, 블로그에 "1일 1 포스팅"을  다짐을 했건만,

바쁘다는 핑계로 "1 1 포스팅"이라도 제발 실천하자.라고 현실적 타협을 해본다.


렇다면  why 학교 교육행정직 공무원들은 겨울 방학에 헉 소리 날 정도로 몹시 바쁠까? 나도 신규 때는 정말 궁금했다.


10년 전 학교로 첫 발령았다,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첫겨울방학을 맞이하기 1~2달 전부터 계속 주변에서 많이 바쁠 것이다. 힘들 것이다. 짜증이 날 정도로 소리를 해댔다. 업무는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지난해에도 몇 명이 그만뒀고, 올해도 김없이 그만두는 신규들이 나올 것이다. 보고 그만두라는 소리인지...

오기가 생기가 시작했다. 근데 현실은 참으로 힘들었다.

매일 불 꺼진 학교에서 농심 사발면을 저녁으로 때우며 밤 11시~12시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아무것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막막함에 매일 지출증빙서를 꺼내서 몇 년 치를 훑어보면서 일을 했다.

품의, 원인행위, 지출결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5천만 원 급식 입찰계약을 해야 했다. 정말 나도 그만둘 뻔했다.


<첫 발령 당시 신규였던 나의 상황>

1월 1일 자 발령으로 고등학교로 발령이 났다

신규인데도 불구하고 7급 차장 자리를 맡게 되었다

실무를 손 놓은 지 꽤 된 사무관 공부하는 6급 실장님을 만났다.

1~2월에 종합감사가 있었다.

지금처럼 멘토-멘티 등 업무를 지원받을 수 없었다.


그때의  외롭고 부당함에 분노하고 좌절하고 힘들었던 기억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결국 이겨 냈던 경험들이 지금도 어려운 시간이 올 때마다  많은 힘을 주고 교육행정직공무원으로서 단단하게 버티게 하고 있다.


올해는 11월 말부터 조금씩 바쁘기 시작했다


1.  2023년 3월부터 12월까사들이 행했던 모든 학교 사업들의 집행사항 검토한다. 

점검결과 사업비(정산재원) 잔액들은 육청으로 납을 하고 일반재원 잔액들은 결산추경 작업을 통해 학생 및 교직원 안전과 직결되는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개선 공사 등으로 재분배하여 사업효과 최대화하고 불용액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2. 겨울방학은 2023학년도 회계 업무 마무리뿐만 아니라 2024학년도 본예산 작업도 함께 동시에 진행된다. 보통 교사들이 방학 들어가기 전에 예산교육을 실시하고 사업부서별로 예산요구서를 받는다.(ex. 교무부, 연구부, 인성부, 정보부, 방과 후 돌봄, 유치원 등)

예산요구서는 정책사업, 단위사업, 세부사업, 산출내역, 원가통계비목(교육운영비, 일반수용비, 업무추진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계적으로 결산(마감) 추경과 본예산편성작업은 사업담당자들의 협조와 소통이 필수적이다. 이렇게 가장 중요하고 바쁜 시기에 학교는 사업담당자들이 방학을 들어가기에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학교라는 특수성, 구조적인 문제로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매년 회계마감과 본예산 작업 쉽지 않다.


* 추경예산: 추가경정

* 결산추경: 마지막 추경

* 본예산: 처음 성립된 예산


3. 이번 겨울방학은 '석면해체제거공사'를 시행한다. 

한평 남짓한 내 방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모든 물건 빼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학교의 모든 집기를 이동시키고 각 실을 깨끗하게 비우는 일은 어떨까? 정말 바쁜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석면공사로 임시사무실을 따로 설치하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경험을 직접 해봐야 어려움이 와닿는다.


석면공사로 각종 계약이 필요하고 공사업체 업종별로 핸들링해야 되고, 학부모석면모니터단 운영 등 진짜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근데 이번 겨울방학은 석면해체공사 외에도 led 및 냉난방기 교체, 옥상방수공사, 이중창교체공사, 화장실 외벽도 및 보수공사 등 5개 공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치원 3 학급, 특수, 돌봄, 통학버스 운행 등 신경 쓸게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정도 얘기하면 경력 있으신 분들은 어떤 상황인지 상상이 가시죠. 1~2월을 버티는 나의 동료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각 학교마다 1명씩 행정실 지방공무원 인력충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아님 겨울방학시즌이라도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모든 일의 끝과 시작은 항상 맞닿아 있기 마련이, 때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는 순환 굴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조적인 변화와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누구나 아프면 서럽다.

바쁜 와중에 치아가 아파왔다. 나도 모르게 이 악물고 일을 했는지 오른쪽 위쪽 치아가 콕콕 쑤시는 듯한 불편한 통증이 계속 지속된다. 아무래도 치과를 가야 할 수준의 통증이라는 경험칙상 판단이 섰다.


삶의 순간순간 만나는 "혹시나'하는 것들은 대부분 '역시나'이다.

사랑니를 뽑으셔야겠네요.


이런 말을 들었을 경우, 사람들은 최초 무슨 감정이 들까?

나는 이상하게도 어릴 때부터 치과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있었다. 상상만 해도 괜히 위축되고 불편한 느낌이랄까? 나만 그런가? ㅋ


암튼 문제 해결 방법은 두 가지이다. 모른 척 회피하거나, 정면으로 뚫고 지나가는 것.

중년이 되니 이제 좀 알 것 같다.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항상 고통이 따기 마련이다. 고통이 있어야 성장이 있고 치유가 있고 치료가 있더라. 이 말이다. 


사람들은 방어기제 상 쉽게 포기하고 합리화하고 변명하고 회피한다. 당장은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더 악화된 상황에서 다시 똑같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때는 몇 배의 시간과 돈, 자유의 지도 없이 수동적 자세로 끌려가게 된다.

 

항상 정면돌파하자. 쉬운 길로 가지 말자. 아픔과 위기를 오히려 기회라고 좋은 신호라고 여기자. 고통과 역경을 기꺼이 친한 친구처럼 대하자. 연락해 줘서 고맙다고 손잡고 함께 걸어가자. 나는 요즘 마인드를 그렇게 변화시켰다.


이번 겨울방학의 어려움도 정면돌파 하면서 이겨나가고 있다.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곧 따뜻한 3월 개학날이 올 거라 믿는다. 웃고 떠드는 활기찬 학생들 목소리가 나를 기쁘게 하고 학교를 온기로 채울 거라 믿는다.


글쓰기도 똑같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피하지 말자. 나중에 하자고 미루지 말자. 그냥 하루하루 똑같이 부딪히면 된다. 키보드를 두드리면 된다. 그러면 나온다. 뭐든 쏟아져 나온다. 항상 걱정만 하고 재고 따지고 시도하지 않아서 문제다.  너무 많은 생각은 경험상 좋지 않다. 오늘도 그냥 달리자. 글을 적자. 움직이자. 자리에서 일어나자. 창문을 열자. 이불을 개자.


"JUST DO IT, JUST WRITE IT,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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