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편견 효과(Prejudice from thin air)’
다음 질문에 답을 해 봅시다.
“나는 리더로써 직원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리더로써 직원을 평가한다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중요한 역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많은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채 직원들을 평가하게 된다. 아주 간단히 ‘일 잘하는 직원’과 ‘일 못하는 직원’을 마음 속으로 은근히 구분짓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 중요한 오류 중 하나이다.
JTBC 속사정쌀롱에서는 우리의 판단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에 대해 심리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들에게 다음 주 수업을 도와줄 인물을 소개하는데, A집단에는 ‘대학원생’으로, B집단에는 ‘스탠퍼드대 박사 출신의 교수’로 소개한다.
이후 설문지 내용 중 대상의 키를 추측하게 하는 문항의 응답을 수집하였다. 놀랍게도 대학원생이라고 소개받은 A집단은 180cm 이상이라고 응답한 값이 12%인 반면에, 교수로 소개받은 B집단은 180cm 이상이라고 응답한 값이 26%로 2배 이상으로 차이가 났다.
이 실험은 일부 특성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오류인 후광효과(Halo effect)와 더불어 처음의 정보가 평가에 큰 영향을 주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로 설명이 된다. 우리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서 전체를 카테고리화 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호모 카테고리쿠스(Homo Categoricus)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리더로써 직원을 평가했을 때 이 심리적 오류를 피해갔을거라 자신할 수 있을까? 이 빠르게 처리되는 인지적 오류가 조직관리에 영향을 주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조직 리더는 일 잘하는 직원과 일 못하는 직원을 한데 엮어 팀을 꾸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균형적이라 생각하며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만들어 성장을 독려할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이 또한 경계해야 하는 주제가 될 수 있다.
데이비드 데스테노와 동료 심리학자들은 2014년 가짜 성격검사로 집단을 둘로 나누니, 두 집단이 특별한 이유 없이 서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현상을 “난데없는 편견(Prejudice from thin air)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무자퍼 셰리프와 동료 심리학자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비교적 동질적인 아이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야구나 줄다리기와 같은 경쟁 게임을 시켰는데, 곧 상대팀에 대한 비난과 욕설을 퍼부으며 적개심과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장면이 조직에 적용되면 어떤 모습이 될까? 리더가 직원들의 에너지를 끌어내고 동기부여를 시키기 위해 적당히 비슷한 역량으로 그룹을 나누어 경쟁시키는 장면이 바로 이와 같다. 언뜻 보면 서로 경쟁 동기를 발휘하면서도 팀 내 단합을 높여 결국에는 성장을 이룰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직원들이 두 그룹으로 나누어지는 것만으로도 ‘난데없는 편견’이 작동하여 상대 그룹을 비난하게 되고, 심지어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유발하여 오히려 좋았던 관계에 균열이 생기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애매하며 느슨한, 그렇지만 빠르게 작동하는 편견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생각보다 솔루션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전체 직원들을 다시 한데 모아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상위 목표를 제시하면 긴장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직에서 다양한 카테고리에 해당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대리는 기획팀 대리이지만 고객사로부터의 담당자이기도 하고, TF(Task Force)의 일원일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조직 현장에서 김대리 또한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난데없는 편견에 휩싸일 수 있다. 조직 리더는 이런 장면을 기민하게 포착해서 ‘우리’와 ‘그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직 직원에 대한 편견은 무엇인가?
‘남자는 문제해결적이고, 여자는 섬세할 것이다.’
‘A는 원래 일을 잘 하니까 이번 일도 잘 할 것이다.’
‘B는 최근에 성과가 좋으니,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것이다.’
‘C는 나와 같은 학교 출신에 업무 스타일도 비슷하니 곧 잘 성장할 것이다.’
어쩌면 리더가 직원을 보는 경계가 모호할수록,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