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담배 한 대 피고 오자!
“자기야! 담배 한 대 피고 오자!” 이 말은 흡연을 하는 커플에게 익숙한 말일 수 있습니다. 흡연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별다른 계획 없이 소파에 기대어, 간단한 배달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들. 하루의 피로를 달래는 작은 보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편안함 뒤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신호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4년에 발표된 Pauly 외 연구진의 논문은 이러한 일상의 순간들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논문 제목은 “Let’s Enjoy an Evening on the Couch? A Daily Life Investigation of Shared Problematic Behaviors in Three Couple Studies”*입니다. “오늘 저녁은 소파에서 시간을 보낼까요? — 커플 관계에서의 공유된 문제적 행동에 대한 일상 연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문제적 행동은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더 자주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나쁜 습관’의 문제나 동조현상이 아니라, 커플 관계의 심리적 역동성과 정서적 연결, 그리고 우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질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연구진은 세 개의 독립적인 커플 연구 데이터를 분석하여, 커플들이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주 ‘공유된 문제적 행동'을 경험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행동들이었습니다.
계획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기
과도한 TV 시청
건강하지 않은 음식 섭취
운동 미루기
음주 또는 흡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행동들이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반복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연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조차
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요?
이 연구의 핵심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개인의 자기조절 실패’가 아닌, 관계 속 상호작용이 문제적 행동을 강화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커플들은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문제적 행동을 더 자주 했으며, 이러한 행동은 그날의 정서적 유대감과 만족감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어떤 날에는 이러한 ‘나쁜 습관’이 커플 간 정서적 친밀감을 오히려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과자를 먹으며, 소파에 기대어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이 옆에 있어줘서 다행이야”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행동들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걸까요, 아니면 건강한 관계로부터 서서히 멀어지게 만드는 걸까요?”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에서 행동적 동조(behavioral synchrony) 또는 공유된 자기조절 실패(shared self-regulation failure)로 설명됩니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우리는 무의식 중에 상대의 행동을 따라가게 되며, 그 행동이 반복되면 ‘우리의 습관’이 됩니다. 문제는, 좋은 방향으로 동조되면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만,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동조될 때는 서로의 자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공감 능력이 높은 커플일수록 “나도 네가 힘든 거 알아”라는 마음에서 함께 나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합니다.
1) ‘함께’가 항상 ‘건강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관계가 좋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함께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2) 반복되는 패턴을 관찰해보세요. 저녁의 루틴, 주말의 선택, 특별한 계획이 없는 시간들을 돌아보며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우리의 습관’을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작은 행동의 변화는 ‘함께’ 할 때 더 효과적입니다. 한 사람이 먼저 산책을 제안하거나, 저녁 식사 후 TV 보기 말고 다른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연구는 커플 심리학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사랑은 단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습관, 그리고 그것을 함께하는 방식에서 자라나는 것입니다. 오늘 저녁, 연인 또는 부부가 함께할 계획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조금 다르게 보내볼까?”
� 참고문헌
Pauly, T., Lüscher, J., Berli, C., Hoppmann, C. A., Murphy, R. A., Ashe, M. C., Linden, W., Madden, K. M., Gerstorf, D., & Scholz, U. (2024). Let’s enjoy an evening on the couch? A daily life investigation of shared problematic behaviors in three couple studie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50(5), 733–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