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 놀이

유럽 여행 에세이 세 번째 이야기

by 홍윤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베르사유 정원을 뒤로하고 다시 에펠탑으로 향했다.


숙소에 들리려고 했지만 숙소 주인이랑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에펠탑까지 그 무거운 배낭을 지니고 갔다. 돈을 아끼자고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로 예약한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참 고생스러운 여행을 하려고 왔구나, 너.' 이마에 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지하철을 헤매는 나를 보며 누군가 꼭 그렇게 말할 것 같다.


파리의 지하철은 최악이었다. 에스컬레이터 하나 없는 지하철이 주는 첫인상은 그랬다. 약 20kg에 달하는 가방을 메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거리니 에스컬레이터 하나 없는 지하철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도 운동을 되겠다, 라며 또 긍정적인 사고를 돌리며 혼자 너스레를 떨어본다.


지하철 안에서 파는 샌드위치

후각과 시각을 자극하는 빵 냄새에 저절로 눈이 돌아간다. 출출함을 느끼는 뱃속에 허겁지겁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넣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이때 먹은 지하철 파리의 바게트 샌드위치는 진짜 잊을 수가 없다.


지하철을 나와 핸드폰으로 지도를 검색하며 정처 없이 걷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주한 펠탑.


사진으로만 보았던 에펠탑은 크고 생각보다 더 웅장했다.


이 멋진 것이 처음에는 흉측한 철조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프랑스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세운 에펠탑은 파리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에펠탑이 주는 웅장함에 압도되어 한참 주변을 빙 돌며 구경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띠링-문자가 왔다. 파리 대테러 주의 경보가 뜬 것이다.


덜컥 겁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떠나온 여행에서 우려하던 데로 위험천만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정말 이곳에서 내 마지막을 맞게 되는 걸까. 내가 두고 온 가족들은 어떡하지.


극한의 두려움에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순간들을 평화롭게 즐기고 있었다.


멍하니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가 마법처럼 동화되어갔다. 그래서 나도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그래, 나는 여기에 있고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라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어본다.


에펠탑 근처를 돌아다니는 무장군인들을 보면 또다시 두려움에 떨었던 건 비밀이지만.


에펠탑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구경할 것이라곤 에펠탑 하나뿐인 관광지였는데 뭐가 그리 멋있다가 다양한 각도에서 에펠탑을 담고 또 담았다.


그리곤 몽마르트르로 다시 움직였다.

예술가들의 거리라고 흔히 불린다는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처음 만난 건 그 유명한 몽마르트르 팔찌단이었다.


그들은 입구 계단에서 문지기처럼 서 있었다. 여행을 오기 전부터 익히 들어온 그들을 실제로 마주하자 겁부터 났다.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심코 지나가려 했지만 들은 혼자인 내 손을 너무나도 쉽게 잡아 채 팔찌를 채우려고 하였다.


다행히 마침 지나가던 단체 여행객의 도움으로 그들에게서 벗어 수 있었지만 지금 회상하면 정말 아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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