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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 Feb 24. 2022

코끼리 말고 뭘 생각하지?

관점을 전환하는 방법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 말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에 대한 생각을 멈추기는커녕 코끼리에 대해서 계속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은 한 번씩 있으실 텐데요. 이와 관련해서 제 브런치 첫 글인 "행복의 Golden Circle"에 인용되었던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이 흥미로운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 동영상의 제목은 "How to Stop Holding Yourself Back 자신을 억제하는 것을 멈추는 방법"이고 최근 인터넷에 "사람의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제목의 한글자막 캡처본으로도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저 제목은 이 동영상을 시작하는 첫 번째 문장이죠)



사람의 뇌는 부정이라는 걸 이해하질 못 합니다. 할 줄 몰라요. 진짜라니깐요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 뇌에 어떤 것을 하지 마, 무시해.라는 부정의 지시를 내리면 우리 뇌는 이를 처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그것을 강조하는 효과를 불러온다고 하네요. '이걸 기억해야지' '집중해야지'라는 것은 가능해도 '생각하지 마' '무시해'라는 것은 뇌가 처리할 수 없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예로 든 것이 비행기 조종사인데요. 비행기 조종사가 운행 중 절대 부딪히면 안 될 큰 산이 나타났을 때 "저 산에 부딪히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을 할수록 그 산이 더 커 보이고 부딪히면 어쩌지라는 두려움만 더 커진다고 합니다.


이와 유사한 것이 스키선수입니다. 산에서 나무들 사이를 누비며 스키를 타는 산악 스키 선수의 경우에 "저 나무를 피해야지"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나무밖에 보이지 않고 어느새 사방에 수십, 혹은 수백 그루의 나무만 보여서 이렇게 많은 나무를 다 피해 가며 스키를 타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질 정도라네요.


그렇다면 그 선수들은 어떻게 나무 사이를 누비며 스키를 타는 것일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나무를 피해야 해"가 아니라 "눈길을 따라가"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찌 보면 그게 그 말 아니냐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런 간단한 변화만으로 나무가 아니라 나무 사이의 길로 집중의 대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우리 뇌는 무언가를 무시하거나 부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에게 장애물인 것을 피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그 장애물에 사로잡혀서 더 크게 받아들이게 되는 반면, 솔루션이나 해결책에 집중하게 되면 어느새 장애물은 보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보다 해결에 집중한다는 것은 참 정석적이고 좋은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항상 장애물이 먼저 보이고 더 크게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시선을 나아갈 길, 해결책을 찾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제가 글 서두에서 언급했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사실 책의 제목입니다. 그 제목이나 의미를 들으면 마치 심리학 혹은 뇌과학 관련 책일 것 같지만 사실 이 책은 조지 레이코프가 2004년에 쓴 정치 관련 도서로 전체 제목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부제 : 진보와 보수, 문제는 프레임이다>입니다.


1992년도 미국 대선에서 걸프전 이후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의 부시(아버지)와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맞붙게 되었습니다. 미국 사회는 보수주의자들이 만들어 놓은 담론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보수진영인 부시 측에서는 보수에서 강조하는 가치와 빌 클린턴이 그 가치들에 어올리지 않는 부적절한 후보임을 선거에 활용하였습니다. 빌 클린턴 선거 캠프에서 이 판세를 한방에 뒤집는 선거 운동 문구를 내놓게 됩니다.


it's the ECONOMY, stupid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이 한마디로 모든 주제는 경제로 전환되었으며 빌 클린턴은 재선을 노리던 부시를 물리치고 미국의 제42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it's the ECONOMY, stupid"는 미국의 선거 역사상 가장 멋진 구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작가인 조지 레이코프가 말하는 프레임 전환의 일례입니다. 이 경우에는 공화당의 보수 담론을 클린턴 측이 원하는 경제라는 프레임으로 바꾸어낸 것이죠.


문제점인 큰 산이나 나무에 집중하기보다 시선을 그 장애물이 아닌 나무 사이의 눈길로 돌리는 것이 바로 이런 프레임 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코칭에서는 관점전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문제 해결 방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관점전환 질문을 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관점전환 질문을 통해서 문제에만 집중하고 매몰되어 있을 때 문제 해결 방식으로 새로운 관점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관점전환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지금 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혹은 장애물에 있어서 여러 가지 관점을 바꿔가면서 질문하는 것입니다. 바꿀 수 있는 관점으로는 크게 주체/객체/시간/장소 및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주체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롤모델 혹은 주변 인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객체 : 다른 문제였다면 내가 어떻게 해결했을까?

시간 : 유사한 문제를 예전에 어떻게 해결했었지? / 미래의 나라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조언을 줄까?

상황 : 이러한 문제가 회사가 아닌 집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렇게 관점전환 질문을 통해서 문제점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한걸음 뒤에서 혹은 다각도로 상황을 바라보며 해결할 수 있는 관점을 얻게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코끼리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점전환 질문을 통해 내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 보다 더 넓은 관점을 가지고 피하고 싶은 코끼리가 아닌 내가 걷고자 하는 길에 대해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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