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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도입부

by 정윤

냉동실에서 꺼낸 엄마의 시신은 뼈와 가죽만 남아 처절하리만치 앙상했다.

가족들은 통유리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가 엄마의 팔을 펼치자 주삿바늘 자국으로 퍼렇게 멍들어 있던 양쪽 손목이 드러났다. 남자는 나무 막대처럼 뻣뻣한 엄마의 팔과 몸을 알코올에 묻힌 거즈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남자의 행동은 기민하고 침착했다. 엄마의 배는 쭈글쭈글하게 오그라져 있었다. 그곳은 빈 황무지처럼 음습하고 피폐해 보였다. 살아생전 자식들을 어루만지던 손은 뻣뻣했고, 자식들을 보고 웃음 짓던 엄마의 얼굴은 남자의 손놀림에도 무표정했다. 엄마의 시신 위로, 아기처럼 울음을 터트리던 엄마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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