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쳐 시들시들해 지는 사랑처럼 그땐 그랬다.
오디가 우리집에 적응할 무렵
가을이 찾아왔고 재택에서 출근으로 업무환경이 바뀌었다.
새로 들어가는 사무실도 꾸며야했고 직원도 뽑아야했고,
정신이 없던 시기다.
이것저것을 신경쓰다보니 오디와 예전같지는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밥잘주고 물잘주고 똥치워주면
알아서 크는줄 알았다. 물론 얼마 이상 놀아줘야한다는건
알았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이 그렇듯
7시 기상후 출근 퇴근 을 정시에 못하고 10~ 11시 쯤하게되면
밥먹고 씼고 뭐좀 하고 잠깐 정신차리면 자야할 시간....
오디를 신경쓰기보단 내일 내일 미루기 바뻤던 그때같다.
'아저씨가 네 장난감 사료 모래값 벌려면 어쩔수없어!~'
사람과의 관계도 이렇게 망가지기 시작하는건데...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21년 그해에는 참 다사 다난했다.
3월에 고속도로 교통사고 무과실 (그냥 두차선 옆에 있던 버스가 갑자기 들이밀어서 날 옆으로 박았다...)
6월에도 고소속도로 교통사고 무과실 ( 뒤에 오던 차가 그냥 박아버렸다...)
10월에 다시 3번째 사고가 났다.(역시 무과실) 역시 고속도로
영동에서 경부로 가기위해 정차중이였던 내차를 뒤에서 트럭이 덥쳤고
덕분에 3중 추돌사고가 났다.
차는 폐차될정도로 심각했고 연이은 교통사고에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신규 직원들은 뽑아놨고 사고는 세게 났고....
주말입원 후 출근 새로운 업무 + @ 를 하다보니
제대로 치료도 못받던 시기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겨우 끙끙거리며 거동하던 때...라
오디와 함께 하는시간은 퇴근하고 잠깐 예쁘다 해주고
밥챙겨주고 모래 정리해주는 정도 였던것 같다
연애 초창기에 일거수 일투족 24시간이 모잘라 할때처럼
어어둥둥 내 품에 오디였는데 업무환경의 변화 + 사고 + 약간의 방심?
퇴근하고나면 잠시 게임도 하고싶고 유튜브도 보면서 편하게 누워있고 싶고,
똥치우는것도 귀찮을때가 있고, 그 흔한 일상이되어버린 오디와의
하루하루에 충실하지 못한 시간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오디는 살이오르고있었고 가끔 주말에 낚시대를 흔들며
이정도면 되겠지 하는 자기합리화의 시간이였던것 같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빠른 퇴근이 8시~9 였던 시기....
한달 2kg 원두를 씹어먹던 때...
그렇게 겨울이 이 지나가고 봄이오고 있었다.
한해가 바뀌면서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원래 품은 계획들은 틀어져가고있었고
늘 업무에 대한 압박 + 압박 + 압박
고양이 장난감을 열심히 샀는데
광고처럼 잘놀지는 않았다. 맨처음에만 쪼끔 놀고
결국 내가 지켜봐야 같이 반응을 해줘야 가지고 노는 오디...(오쪽이자식!)
사람도 그렇듯 오디도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행복한데
내가 쓸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었고
만 2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건 여전하다...
당시 전세계를 강타하던 망할 코로나에 걸리기 전까지
그저 그저 좀비처럼 일어나 커피와 니코틴을 때려 넣고
하루를 갈아넣어 살고 좀비처럼 퇴근해서 잠깐 오디를 안아주고
그와중에 골골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위안을 받지만
난 오디에게 해주는것이 없는 일상의 반복이 계속되었다.
반려
(伴侶)
[발ː려]
접기
명사
짝이 되는 동무. 인생의 반려가 되다.
아마 일 휴식 뒤로 3순위로 밀려난 애인같은 존재가 된 오디는
이때 많이 슬펐을까? 혹시 지금도 그러지 않을까?
한 존재를 사랑하고 아낀다는건 순간이 아니라
지속성인데 그 예쁜모습 순간만 좋아한건 아닌가? 하는 반성
고양이 한마리의 행복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것 같아
늘 미안하고 미안하기만 하다.
여전히 앙앙거리며 내곁에서 맴도는 오디
'넌 행복하니?'
난 너로 인해 늘 위안을 얻는데...
내가 너에게 준건 사료와 물 밖에 없는건 아닐까?
상념은 언제나 그렇듯 꼬리의 꼬리를 문다.
언젠가의 내 사랑처럼 그렇게 내 일상에 질식되어 버려
시들시들해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