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아홉에 집을 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되물었다.
'살기 싫어서? 아니면,
이제 막 성인이 되었다고 착각해서?'
'비행청소년이라도 되기로 결심한 거야?'
'널 전적으로 지지해 주는 부모의 그늘 밑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거니?'
.
.
.
전부 아니었다.
당신들이 뭘 알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기나 해?
나는 살기 위해 뛰쳐나왔다.
그 집에서 살다가는 내가 먼저 죽을 것 같아서.
그 선택이 무모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무모함만이 내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
살아남으려면 직장이 필요했고,
경력이 끊기면 끝이라는 공포에 쫓겼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열아홉 살에 엄마가 되기로.
임신 기간은 지옥이었다.
열 달 내내 걷지 못했고 틈만 나면 정신을 잃었다.
휠체어에 묶인 채로 숨만 쉬며 하루를 보냈다.
나는 생존해야만 했기에 멈출 수 없었다.
어떤 날은 창 밖을 오래 바라보며
"지금이라면 덜 아프게 끝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고,
어떤 날은 살고 싶어서 펑펑 울었다.
어떤 날은 감정을 잃고
기쁨도, 슬픔도 느끼지 못한 채
정신과에 끌려가야 했다.
그럼에도 난 멈출 수 없었다.
살아내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그 무모했던 열아홉의 내가 -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고
결국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억지로 감동을 구걸하려는 클리셰 같은 소설도
마냥 예쁘게 포장된 성장담이 아니다.
그저 죽지 않기 위해 살아온 한 사람의 생존기다.
"네 이야기면 책을 쓰고도 남겠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때는 웃으며 한 귀로 흘려듣기만 했지만,
평범한 어느 날 (바로 오늘이겠다)
그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 나는,
이 희미해지는 기억의 조각을 붙잡기 위해,
지난날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 기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