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장인들에 주어지는 유급휴가 대부분은 기혼, 유자녀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웬만한 규모의 회사라면 주어지는 경조사 휴가도 사실 대부분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지난 23년 겨울
6급 미래인재 성장 과정 정책보고서 작성에서 '부모돌봄휴가'를 제시했다. 다른 여러 가지의 휴가도 함께 제안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제안은 바로 '부모돌봄휴가' 이다.
'부모돌봄휴가'라 함은 말 그대로 자녀 또는 손자녀가 부모와 조부모를 돌보기 위한 유급휴가를 말한다. 무급휴가로 보장된 10일의 가족 돌봄 휴가 중 부모를 돌보기 위해서 연 2일 정도는 유급으로 보장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렇게 쉬다가 언제 일하는 것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연가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4~50대 직장인 중 부모님이 아프신 사람이면 알 것이다. 순식간에 돌아오는 정기검진, 각종 진료로 한 달에 한두 번은 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연가를 소진하고 있다. 그나마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자녀들은 부모님의 형제, 자매 그리고 본인의 형제, 자매가 세명정도는 된다.1) 즉, 혈연 등으로 엮인 돌봄 구성원이 충분한 편이다. 부모님이 아프시면 삼촌이나 이모, 그리고 내 형제·자매가 대신 병원에 동행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지금의 2~30대의 부모 세대는 과거의 부모들과는 조금 다르다.
과거처럼 형제자매가 많고, 자녀도 많이 낳았던 세대랑은 다르다. 넉넉했던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서로 돌아가며 병원이나 기타 부양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세대도 그런 인적 지원이 가능할까? 그렇다고 시원하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결혼 시기는 늦어지고, 결혼하는 비율도 낮아져만 가고 있다. 더는 부모 세대의 돌봄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
혈연 네트워크로 유지되던 돌봄이 본인과 외부의 힘으로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얼마 전 우리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부모돌봄휴가'를 교육청에 제안했다. 우선 복무 규정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로 정책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뉘앙스는 였다. 아직은 먼 이야기인가?
그러나, 기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루어지는 단계에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이니까.
우리는 어쩌면 아니 모든 제도 결정권자 세대는 아직 모른다. 그저 변화의 흐름을 보려 하지 않으니까.
삶의 속에 배우자나 부모의 삶이 선택지에 없는 사람의 입장을 알지 못한다.
또한 '부모돌봄휴가'는 모든 세대에게 필요한 휴가이다. 내가 태어난 이상 나를 키워주고 돌봐준 사람은 존재한다. 그들을 돌보는 일을 번거로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결국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