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MBTI가 ISFJ라고 하면 사람들이 "I라고요?"하고 반문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혼자 있을 땐 I가 된답니다."라고 대답한다.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만큼 잘 지내지 못할 때가 많다. 힘들고 답답한 상황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두렵기도 하고, 막상 알게 된다고 해도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어서 같이 막막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하고 난 뒤부터는 그냥 입을 닫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됐다. 대신 글을 썼다. 일기든 편지든 감상문이든 무언가를 끄적이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보통의 하루를 처음 들었을 때
"또 아무렇지 않은 척 너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시작해. 나는 괜찮아. 지나갈 거라 여기며 덮어 둔 지난 날들 쌓여가다 보니 익숙해져 버린 쉽게 돌이킬 수 없는 날 그 시작을 잊은 채로 자꾸 멀어지다 보니 말할 수 없게 됐나 봐 오늘도 보통의 하루가 지나가"
라는 가사를 들으며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며 지내고 있던 내 모습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저항 없이 눈물을 흘리게 됐었다.
제목부터 '잘 지내요'인 이 곡도 그랬다.
"나조차 모르는 내 맘을 들키기 싫어 감추는 게 익숙해져요
•••
잘 지내요 오늘도 망설이다가 건넨 내 말에 누군가 조용히 알아주길 바랐어요 말끝에 글썽인 눈물을
•••
사실 난 두려워요 늘 불안한 내 모습 비좁은 이 마음을 누구에게 들킬까 스스로를 지켜낸 시간들"
어른이 되어갈수록 진심을 숨기고 거짓 표정을 지으며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강해져야 했고, 독하게 살아야 했다. 그 속에서도 가끔은 여리고 약한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기대했다. 기대할수록 실망만 커져서 결국은 마음을 더 닫게 되었다.
오늘은 가까운 사람에게 '나 지금 잘 못 지내고 있어. 너무 아파...'라는 내용의 긴 메세지를 보냈다.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쏟아내고 나니 눈물도 쏟아졌다.
설거지를 하다 말고 옷소매로 연신 눈물을 훔치며 차라리 물소리 때문에 훌쩍대는 소리가 아이들 방까지는 안 들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바탕 울고 냉수 한 컵을 벌컥벌컥 들이켠 다음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리고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더 잘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