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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5. 2023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주동근, 길항근, 짝힘, 골반 경사, 기울임
사유의 방을 아시나요?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실 중 하나인 사유의 방은 '반가사유상' 단 두 점만 전시된 공간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보인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되었으며, 그 시대 사람들의 생로병사에 대한 깊은 고뇌와 깨달음을 상징합니다. 칠흑 같은 복도를 지나면 어두컴컴한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이러한 어둠이 은은한 조명을 받고 있는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근엄하면서도 은은한 미소를 띠는 '반가사유상'의 얼굴에 빠져 한참을 바라보게 됩니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넋 놓고 볼 수밖에 없답니다...우리 몸의 움직임도 모든 근육이 강하게 수축한다고 해서 강한 힘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근육은 수축해야 하고 어떤 근육은 이완해야 합니다. 해부학적 자세에서 앞쪽으로 팔꿉관절을 굽힐 때 아래팔을 들어 올리기 위해, 위팔의 앞쪽에 있는 위팔두갈래근은 힘을 주어 아래팔을 당겨야 하며, 위팔의 뒤쪽에 있는 위팔세갈래근은 힘을 빼고 아래팔을 놓아주어야 합니다. 만일 두 근육이 모두 강하게 잡아당긴다면, 팔꿉관절은 굽혀지지 않고 해부학적 자세 그대로 있겠죠? 이처럼 목적으로 하는 동작을 하기 위해 수축하는 근육을 주동근(agonist)이라고 하며, 주동근의 반대쪽에 위치하여 주동근에 대항하거나 이완하는 근육을 길항근(antagonist)이라고 합니다. 어떤 관절의 움직임이 일어나기 위해 사용하는 주동근을 '빛'이라고 한다면, 길항근은 '어둠'인 것이죠.
주동근과 길항근의 역할은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골반의 앞쪽 기울임(anterior tilt)을 할 때, 앞쪽에서 골반을 아래로 내려주는 역할인 엉덩허리근(iliopsoas)과 뒤쪽에서 골반을 위로 올려주는 역할인 척추세움근(erector spinae)이 함께 수축해서 짝힘의 관계로 주동근 역할을 합니다. 이와 동시에 앞쪽에서 골반을 위로 올려주는 역할인 배곧은근(rectus abdominis)과 뒤쪽에서 골반을 아래로 내려주는 역할인 큰볼기근(gluteus maxius)이 함께 이완해서 짝힘의 관계로 함께 길항근 역할을 합니다. 엉덩허리근과 척추세움근의 수축과 배곧은근과 큰볼기근의 이완이 함께 이루어져야 최적의 골반 앞쪽 기울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골반 기울임 시 작용하는 주동근만 표현했지만, 서로의 길항근도 되는게 보이시죠?반대로 골반 뒤쪽 기울임(posterior tilt)을 할 때, 앞쪽에서 골반을 위로 올려주는 역할인 배곧은근과 뒤쪽에서 골반을 아래로 내려주는 역할인 큰볼기근이 함께 수축해서 짝힘의 관계로 함께 주동근 역할을 합니다.
이와 동시에 앞쪽에서 골반을 아래로 내려주는 역할인 엉덩허리근과 뒤쪽에서 골반을 위로 올려주는 역할인 척추세움근이 함께 이완해서 짝힘의 관계로 길항근 역할을 합니다. 배곧은근과 큰볼기근의 수축과 엉덩허리근과 척추세움근의 이완이 함께 이루어져야 최적의 골반 뒤쪽 기울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움직임의 방향에 따라 그 근육이 주동근이 될 수도 있고 길항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근육 문제로 인해 관절의 움직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면 관절 주변의 주동근이 잘 수축하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대항근이 잘 이완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동근과 길항근 내에서도 짝힘의 관계가 잘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처럼 근육은 하나의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여려 역할들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어떤 근육을 '빛나게' 하기 위해선, 어떤 근육을 '어둡게'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빛은 어둠속에서 진정 빛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