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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lar Jan 06. 2024

너라도 행복해서 다행이야

원한다고 말하는 연습이 필요한 너에게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 나와

그런 내가 항상 신기한 사람과 한 집에 산다.

그와 나는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나는 종종 그에게 묻고는 했다.


"나중에 무엇이 되고 싶어?"

그는 이 질문을 회피하기 바빴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늘 무언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에.


어느 날 같이 들은 심리학 강의에서

상담사선생님이 남편은 늘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어봐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늘 그렇게 물었는데 싫어하던데요?"

"인생계획 같은 어려운 질문 말고

오늘 점심에 무엇이 먹고 싶은지요!"


순종적이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살아온 K장남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고

자라다 보니,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사소한 것부터

원한다고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했다.


남편은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했지만

PM이 되었다.
세심하게 한 곳을 파며

전문가가 되는 영역이 아니고
모든 영역이 마찰 없이 나아갈 수 있게

매만져야 하는 일이다.


그는 유독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사람이기까지 하다.

그러니 그는 항상 자신을 태운다.

그 모든 영역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세심함을 다 써버리니 오죽할까.
우둑하니 한 가지만 파는 성격이었으니

사회에서 만난 역할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는 그렇게 힘들면 다른 일을 하라고

하는 나의 말을 연애 때도 결혼해서도

아이가 생기고 나서도 듣지 않았다

아마도 어릴 때는 쉽게 포기하는

자신이 될까 두려웠고,
자식이 생기고 나서는 그가 가족을
다른 일을 하며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그를 압도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이직을 몇 번 진행하며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일이 자아실현이어야 하는 사람이야"

이런 얘기를 하며 좋아하는 일을 늘어놓는

나에게 남편은 늘 이야기한다.


"너라도 행복하니 다행이다"

하지만 그게 다행인 인생이 어디 있나.

나는 그가 조금의 책임감을 내려놓고
좀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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