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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n 19. 2022

[바르셀로나 2일차] 가우디에 취하는 날

드디어 가우디를 만나다


(※ 여행 단상을 잊어버리기 전에 후다닥 적는 글임을 밝혀둔다. 다소 어색한 표현들이 있을 수, 많을 수 있다.)


 첫날은 시끌벅적한 바르셀로나 거리 분위기를 느꼈다면 오늘은 가우디 투어를 하는 날이다. 사실 나름 건축계열 전공자로서 가우디를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서였다. 가우디를 제대로 마주한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설렜다.


 바르셀로나 대표적인 쇼핑거리인 그라시아 거리에 가니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다. 당시엔 건축이 과시 수단이었기에 부자들은 이 쇼핑 거리에 번듯한 건축물을 내놓고 싶어 했다고.  카사 바트요는 가우디가 섬유업계 명문가인 조셉 바트요로부터 의뢰받은 집이었다. 형형색색의 비닐을 두른 건물을 실제로 마주하니 약간 유치하단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맞은편 단색으로 지어진 카사 밀라 건물이 내 타입. 더 세련돼 보였다. 라 페드레라, 채석장이라고도 불리는 카사 밀라는 사업가 밀라의 발주를 받아 지어진 건물인데, 밀라 부인은 내심 평범하게 지어지길 원했다고 한다. 그녀의 의중이 반영이 된 걸까.



카사 밀라가 더 내 스타일이었다.

 가우디는 카사 밀라 건축의 조건으로 옥상에 성모상을 세우는 걸 내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건물이 완성되어 갈 무렵 바르셀로나 교회는 가난한 노동자 문제에 등을 돌리고 비리의 온상이 돼 버렸다. 밀라 부인은 옥상에 성모상을 올려놓는 것을 반대했지만 가우디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갈등은 공사비 지급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가우디가 재판에서 이기면서 공사비는 받았지만 이후로 가우디는 더 이상 부자 건물을 짓지 않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공사에 헌신했다고 한다.  


 두 건물을 본 뒤 구엘 공원으로 향했다. 구엘이 영국 런던의 정원을 모델 삼고자 의뢰한 건물로 가우디 작품 중 가장 귀염 뽀짝 했고 색상은 가장 화려했다. 헨델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집이나 신기한 테마파크에 온 느낌. 인체공학적으로 지어진 벤치, 원근감을 없애기 위해 앞 쪽으로 갈수록 경계면을 짧게 만들어둔 도라아식 기둥. 가우디의 디테일이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테마파크 같았던 구엘 공원


 아주 더워질 때쯤 이제 목적지는 몬주익. 가는 길에 바르셀로나 경기장과 당시 마라톤 금메달을 딴 황영조 선수의 동상도 보인다. 아기자기한 언덕에 탁 트인 전망. 투어 가이드님이 설명을 참 잘해주셨는데 환타 오렌지맛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셨다. 오렌지 과즙이 8%나 들어가 있어 한국과 다른 맛이라고. 매우 더울 때 마시니 그렇게 달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점심시간. 바르셀로나 해변으로 이동해 문어 요리와 먹물 빠에야를 주문했다. 쫄깃쫄깃 고기 같은 식감이 매우 굿! 무식하게 계산대까지 와서 계산하니 "바르셀로나에선 앉아서 계산해요"라면서 일침을 놓는 가게 사장님. 해변을 보니 너무 사람이 많다. 부산 해운대 같은 느낌. 수영하러 왔는데 여기서 수영하긴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채우고 대망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도착했다. 원래는 가우디 스승인 비야르가 짓다가 의뢰인과의 대립으로 중도 하차하고 가우디가 설계하게 됐다. 이 성당은 아직도 지어지는 중인데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완공 시기는 더 늦어질 전망이다. 입장료로 공사 비용을 충당한다니 입장한 나도 조금은 공사에 일조한 셈. 동서남북 네 면이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공사 속도를 내려면 얼마든지 낼 수 있었겠지만 그만큼 한 조각, 한 문양 모두 공을 들이고 있단 방증이기도 할 터. 위에서 내려봤을 때, 즉, 신이 내려봤을 때 어떤 모습일지를 세심하게 고민한 가우디의 천재성에 감탄, 또 감탄했다. 가우디가 잠들어 있기도 한 내부의 모습은 더 아름다웠다. 빛이 어스름하게 들어오는 스테인드글라스. 가우디가 직접 치유를 받았던 숲을 형상화한 천장까지. 안으로 들어오니 더 성스럽다. 


140년이 지나서도 지어지는 중. 나도 공사대금 내고 내부 관람.


 아늑한 한인 민박에 짐을 풀고 몬주익 분수쇼를 보러 갔다. 코로나 이후로 이렇게 사람들이 모인 게 얼마만인지. 카탈루냐 미술관 앞 의자에 앉아 에스파냐 광장까지 내려다보았다. 아이들이 춤을 추고 어른들은 맥주로 목을 축인다. 모두가 흥에 겨운 이 순간. 현재를 사는 사람들. 우리나라에도 스페인을 흉내 낸 장소들이 많겠지만 카탈루냐 사람들의 자유분방함은 여기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스름한 몬주익. 흥에 겨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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