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 앞에서

1막. 삭


티 없이 맑은 사람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요

뭐 하나 걸림돌 없이 사람을 대하고

모두에게 밝디 밝아

내 부러움을 사고는 해요


하지만 나는

참 나쁜 사람인가 봐요

마냥 맑은 사람들을 보면

가끔 짜증이 나요


세상 물정 모르고

실실 웃는 거라고,

그들에게 의문을 표하곤 하죠


그런데, 이젠 알겠어요


그들을 볼 때 짜증이 난 건

그들에게서가 아니라

마냥 더럽디 더러운

나에게서 흘러나온 불쾌함이었다는 걸요


내 안에서 떨어지는 티끌들은

내 곁의 공기를 조금씩 흐리고,

결국 주위를 더럽히고 마는 걸지도


깨끗한 이들 앞에서

나는 더럽다는 걸

알아버린 날,

내 마음은 조용히 무너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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