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D-DAY
원래 디데이는 가까울수록
설렘이 커지고 더 빨리 오길 바라지만,
전국의 고등학생들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누군가에겐 고된 여정의 끝,
누군가에겐 지나간 날들의 후회,
또 다른 이에게는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하는 간절함…
내가 수능을 본 학교는 언덕 꼭대기에 있었다
차근차근 시험장으로 오르며,
숨이 벅차오르기보다
마음속 무엇인가가 벅차 내려왔다
한 자 한 자,
밑줄 하나까지도
조심스럽게, 그저 조심스럽게
이 시험지가 나의 마지막인 것 같고,
내 인생의 성적표인 듯해
손은 점점 더 떨렸다
그러나 생각한다
이 떨림은 나의 노력에 대한 방증이요,
이 걱정은 나를 키울 양분이라고
괜찮을 것이다
괜찮다
스스로 다짐한다
그리고
점차
수능이
나의 마지막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도약점이
된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 깨달음과 함께,
모든 시험이 끝난 뒤,
언덕을 내려오던 순간,
수많은 인파 속에서 부모님의 얼굴만이
스포트라이트가 켜진 듯 유독 뚜렷이 보였다.
그때 알았다.
나의 여정이 고독한 독주가 아니라,
함께 걸어온 사람들과 만든 대장정이었음을.
이 시험이 그대들의 종착지가 아니라 시작점이 되기를.
그 결과가 그대들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한때 머무는 정거장이 되기를.
그대들의 뒤에서 견고히 기원하겠다.
— 우리 미래의 새싹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