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삭
달아,
내겐 빛 한 줌이면 족한데
너는 그 한 줌마저 감춰 버렸구나.
우수처럼 스며들던 달빛은 어디 갔을까,
밤길의 이정표 같던 너는 온데간데없고,
왜 자꾸 새까만 얼굴만 내게 내미니.
보고 싶다.
차가운 하늘뿐인 이 밤,
너 하나만은 따뜻하게 남아 주길 바랐는데.
언제쯤 다시 돌아올까.
나는 오늘의 끝을 접어
네가 앉던 창턱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내 눈을 조용히 스치는 게
숨죽인 은빛이면, 그게 너겠지.
돌아오는 건 둥글지 않아도 돼.
초승의 얇은 숨이면 충분하니까.
그 숨으로 네 자리의 둘레를 다시 그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