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삭


달아,

내겐 빛 한 줌이면 족한데

너는 그 한 줌마저 감춰 버렸구나.


우수처럼 스며들던 달빛은 어디 갔을까,

밤길의 이정표 같던 너는 온데간데없고,

왜 자꾸 새까만 얼굴만 내게 내미니.


보고 싶다.

차가운 하늘뿐인 이 밤,

너 하나만은 따뜻하게 남아 주길 바랐는데.


언제쯤 다시 돌아올까.


나는 오늘의 끝을 접어

네가 앉던 창턱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내 눈을 조용히 스치는 게

숨죽인 은빛이면, 그게 너겠지.


돌아오는 건 둥글지 않아도 돼.

초승의 얇은 숨이면 충분하니까.

그 숨으로 네 자리의 둘레를 다시 그릴게.

이전 16화한강에서 바다까지, 바다에서 반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