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초승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
어린 날의 나는 이상하게도 그 하얀 게 아까워서
아니면 그냥 밟고 지나가기가 싫어서
손이 시려 새빨개질 때까지
눈을 꼬박꼬박 모아 쌓곤 했다
장갑을 꼈는지 안 꼈는지조차 기억이 흐릿한데
손끝이 얼얼하던 감각만은 또렷하다
그렇게 모아 올린 눈으로
내 몸만 한 눈사람을 만든 적이 있다
다른 어른들한테 조금도 밟히지 않은
아직 때 묻지 않은
소중한 백색의 가루를 골라 모으는 일
그걸로 친구를 만들어 간다는 기분이
어린 마음엔 꽤 큰 일이었다
여기저기 섞여 버린 눈은 괜히 싫고
발자국 없는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조심히 긁어 담았다
눈을 뭉치면 손바닥에 차가운 물기가 맺히고
그 물기가 더 차가워져서
손이 더 시려졌는데도 멈추질 못했다
주위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조금 주워
손과 다리를 만들고
눈사람 얼굴이 될 만한 자리를 한참 들여다보며
스스로 뿌듯했다
그렇게 완성해 놓고는 내가 해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어서
엄마한테 자랑하려고 불러냈다
그리고 엄마 앞에서 나는 너를 포옥 안았다
막 만들어진 내 친구를 안는다는 게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그때, 내 온기에 서서히 녹아내리던
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상하게 겁이 났다
내가 안아서
내가 따뜻해서
그래서 네가 망가지는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는 분명 내가 만들었다고 좋아했는데
눈사람이 조금씩 흐려지는 걸 보니
갑자기 내 손이 나빠진 것 같고
내가 괜히 안아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동심이 무너졌던 걸까
그렇게 나는 엉엉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