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막. 그믐
안녕 과거의 나야
네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어떤 어른이라고 말해줄까
사실 좋은 어른이라고 불리기엔
자신이 없긴 해
뭐든 부정적으로 먼저 바라보고
계획이 무너질까 봐
그것의 단점만 찾아내고 있어
사람을 대할 때도
그 사람 자체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마치 주판으로 숫자를 헤아리듯
계산하고 있지
나보다 잘난 사람 앞에서는
겉으로는 웃고 맞장구치며
아부를 떨고
속으로는 이름 모를 질투심에
밤새 속앓이를 하기도 해
어린 시절의 나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때는 사람이 좋아서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는 그런 친구였어
어린 나는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랐지만
어른이 된 나는 오히려 다시 어린 나로
돌아가고 싶어지네
모든 건 내 잘못이겠지만
스스로 바뀌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알아
이러다가 결국 혼자가 되어도
어쩔 수 없겠지
태평양 가운데
외딴 무인도처럼
마냥 혼자서..
어쩔 수 없지
그 주변 바다를 꽁꽁 얼리고 있는 건
그 섬인데
무인도가 자라서
대륙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 위로 올라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