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 Confrontation] 거울 저편 解說
해설
by 나는 달을 건너는 중입니다 Mar 2. 2026
해설
제가 필력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작품만 읽더라도 제 모든 의도를 드러낼 수 있었겠지만, 아직 그 정도 필력은 없는지라 이렇게 해설을 얹습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청년입니다. 단지 남들보다 좀 더 힘든 일을 겪었고, 조금 더 우울할 뿐이지요. 그럼에도 주인공이 ‘광증’을 앓던 이유는, 본인을 부정하던 습관 때문이었습니다. 가족들의 기대를 부응하느라 본인을 거짓으로 점철하고, 연인과의 상처로 본인의 외형을 바꾸며, 끝내 본인을 계속해서 거부하다가 ‘광증’을 겪게 되지요. 이는 세계를 바라볼 유일한 주체인 ‘본인’이 무너지자,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서서히 무너져 내림을 뜻합니다. 만약 주인공이 언제든 본인을 본인으로서 수용할 수 있었다면, 광증은 치유되었을 겁니다.
전반적인 이야기 구성은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광증을 앓던 주인공과, 그 몸을 되찾으려는 거울의 이야기’입니다. 읽으셨듯, 거울 속 존재와 거울 밖 주인공은 동일인물입니다. 단지 전자는 특정 분기점(자살 시도)을 기준으로 죽음을 택한 인물, 후자는 죽음에서 벗어난 인물일 뿐입니다. 거울 속 존재는 거울에 들어오기 직전 자살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는 거울 속에서 죽음 이후를 직관할 수 있었고, 본인의 죽음을 거듭 후회한 뒤 일종의 계기로 과거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의 몸을 빼앗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왔지요. 그 과정에서 때로는 본인의 행동에 망설이기도 하였지만, 결국 몸을 되찾는 데 성공하여 다시 한번 현실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과연 이 결말이 해피엔딩인지, 배드엔딩인지는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읽으실 때 거울 밖 주인공에게 몰입하였다면 배드엔딩, 결말을 알고 거울 속 존재를 공감한다면 해피엔딩일 겁니다. 대부분 독자분들은 아마 주인공에게 몰입하지 않으셨을까 합니다만, 저는 거울 속 존재도 응원하고 싶습니다. 몸을 빼앗은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는가―물론 자신의 몸을 되찾은 거지만―를 따지지 않는다면, 후회 후 다시 몸을 되찾음으로써 현실을 직시한 존재도 마땅히 그 노력을 인정할 법하지요. 사실 두 인물의 관계에 선악을 구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둘 다 잘못했을 수도, 아닐 수도, 그 무엇도 정해두지 않았으니깐요. 마치 사람들이 거울을 볼 때 자신이 보고 싶은 곳만을 보듯, 읽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읽히기를 바랍니다.
다음으로, 저는 무엇보다 거울의 존재이유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거울을 보면 당연히 나 자신밖에 보일 수 없지요. 그럼에도 주인공은 거울 속 존재를 다른 이로 착각하였습니다. 또한 독자분들께서 주인공처럼 거울 속 존재의 정체를 알아내는 걸 최대한 지연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소설 끝 부분에 가서야 거울 속 존재가 주인공임을 알아냄으로써, 결국 거울은 나 자신을 비추는 공간임을 강조하고자 하였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개연성을 위해 둘이 동일인물임을 알리는 장치를 넣어놨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반전이 아니기를 바랐지요. 결말을 보고 다시 훑어본다면, 어떤 장치인지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주인공은 마지막에 타자로서 거울 속 존재(‘나’)를 바라봄으로써, 그제야 본인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즉, 그만큼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본인을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함을 뜻합니다.
맨 처음 작품 구성에서는, 중간장과 본 막의 주체를 확실히 다르게 설정하려 했습니다. 중간장은 거울 속 존재의 이야기, 본 막은 주인공의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엔 독자분들이 읽으실 때 중간장을 주인공의 이야기로 착각하여, ‘아, 과거를 알려주려는 거구나’라고 생각하시길 바랐습니다. 즉, 일종의 반전물이지요. 반전물이야말로 ‘거울’과 일맥상통하는 구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거울 속 존재는 과거의 주인공이기에, 다르게 설정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소 방향을 바꿔 중간장과 본 막의 반전을 극대화시키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기존 장치들은 최대한 유지하였습니다만, 읽다가 그걸 느끼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반전물을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네요.
그리고, 소설 속에 주인공의 이름, 성별 등 인적사항을 절대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독자분들께서 읽으시며 주인공은 남자/여자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저는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 설정하였기에 절대로 성별을 드러내진 않았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남자/여자친구를 연인이라고 지칭하느라 좀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 부분은 쭉 고수하였습니다. 보다 ‘나’의 이야기, 즉, 독자분들이 읽을 때 ‘나 자신’의 이야기 또는 ‘이곳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초반부에 일기라는 서술을 두어, ‘마치 누군가가 실제로 겪고 적은 경험담’ 같은 느낌을 선사해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거울 밖 주인공은 거울 속 존재를 점점 ‘그 녀석’ , ‘너’, ‘나’ 등으로 호칭을 바꿨습니다. 이는 주인공이 현실을 외면하고, 거울 속에 있는 존재에게 점점 더 가까워짐을 의미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더욱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거울 속 존재는 ‘나’임에도, ‘나’라고 여기지 않을 때야말로 호감과 사랑을 느낀다니, 정말 모순이지요. 마지막에는 결국 거울이라는 차단물로 완전히 갈라서며, ‘나’와 ‘너’로 구분됩니다. 물론 거울로 들어온 주인공은 여전히 ‘나’와 ‘너’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작품에서 나오는 달의 여신은 딱히 복선이 없습니다. 단순히 주인공을 거울 속으로 끌고 오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지금 고개를 들어 달빛을 봐보실래요? 우리는 언제나 달빛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달의 한 면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인간도 똑같지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언제나 일정하고, 남들에게 보일 수 없는 모습은 분명 존재합니다. 저는 달이 사람들의 ‘인간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라 생각했기에, 달의 여신으로 지칭하였습니다.
원래는 좀 더 개연성 높은 장치를 넣을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리 해도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를 개연성 있게 설명할 수가… 없었네요. 약간의 판타지적 요소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은혜는 딱 한 장면을 위해 설계된 인물입니다. 바로 주인공에게 이제야 주인공답다는 말을 하는 장면입니다. 거울 속 존재가 사라지고 나서야 나답다는 말을 듣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이는 다른 무언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거울 밖으로 나온 주인공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그건 모릅니다. 이전과 같은 거짓된 삶을 살았을 수도, 순간의 열정을 중시하는 삶일 수도, 아니면 이제야 진실된 나 자신을 마주할지도 모르지요. 이런 주인공을 응원할지, 어떤 미래를 그려나갈지는 전적으로 독자분들의 선택입니다. 부디 이 작품이 여운을 남길 수 있던 작품이었으면 하네요.
거울 속으로 들어간 (원래의) 주인공은 앞으로 평생 거울 속에서 (본인이 좋아하던) 사람을 지켜보며 살아갈 겁니다. 타자로서 나 자신을 바라보며, 주체가 아닌 나와 함께 평생을 거울 속에 있을 겁니다. 나는 왜 저렇게 살지 않았을까 후회할 때도, 아니면 빼앗긴 본인을 원망하며 살아갈 수도 있지요.
그러나 기왕이면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자세를 키워나갔으면 하네요. 언젠가는, 거울 밖으로 나간 존재가 다시 한번 거울에 집착할 그 순간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이외에, 읽다가 문장 부호(쉼표, 따옴표, 하이픈 등)를 많이 보셨을 텐데요. 이런 부분이 가독성을 낮추었을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한 박자 쉬어간다거나 제3의 벽을 더욱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의도한 바가 맞습니다. 다소 설명하다시피 서술된 부분도 많은데, 알려주고 싶은 정보는 많은데 필력은 떨어지는 제 욕심 때문입니다. 읽다가 다소 지루해지지는 않으셨을지 걱정입니다.
각설하고, 약 108쪽(아래아 한글 12pt, 초안 기준. 만약 통상의 소설 편집 기준으로 250페이지가량)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에도 역량이 떨어져 원하는 바를 다 드러내지 못한 거 같아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이게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짜임새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전하고 싶던 메시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께 이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3가지였습니다.
하나, 진실을 외면하지 말 것.
둘,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돌볼 것.
셋, 너무 아파하지 말 것.
이상 이야기와 해설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나는 달을 건너는 중입니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