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군대 꿈을 꿨다
전역한 지는 오래됐는데
꿈은 꼭 잊고 지낸 틈을 열어버린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시간이
새벽만 되면 군화 발소리처럼 돌아온다
오늘은 전역 전날의 꿈이었다
동기들과 복귀하고 있었다
이제 하루만 버티면 끝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때 하늘이 번쩍했고,
핵폭탄이 떨어졌다!
우리는 전역을 하루 앞두고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잠에서 깨자
가슴 한쪽이 텅 빈 것처럼 허탈했다
동시에 살았다는 안도감도 밀려왔다
꿈이어서 다행임에도
아직도 그런 꿈을 꾸는 내가 조금 서글펐다
전역증은 오래전에 손을 떠났다
그런데 왜 어떤 밤들은
아직도 나를 그곳에 세워두는지 모르겠다
대한의 절반은 군대를 다녀온 청년들일 텐데
다들 마음속에
저마다 하나씩
복귀하지 못한 밤을 품고 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