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命名)

4막. 그믐


이름은 태어나는 순간 주어지지만

그 이후의 삶을 관통하며

나와 세상을 구분 짓는다.


나와 내가 아닌 존재.

그 경계는 이름에서 시작된다

나라는 무언가는 이름으로 규정되고,

너라는 무언가는 이름으로 배척된다


이름은 작은 울타리다

한 사람을 둘러싼 울타리가 되어

그를 보호하기도 고립시키기도 한다

마치 나라를 나누는 국경선처럼

이름은 인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그러나

이름은 단순한 경계만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부를 때

그 존재를 세상 속으로 끌어내는

위대한 초대장이 된다.

침묵 속에서 타인을 불러내는 그 순간

이름은 경계를 넘어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름은 처음엔 구분이었으나

결국 만남이 된다

분리였으나, 화합이 된다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단절을 넘어선 다리가 되고,

그 다리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한다


결국 이름이란

경계와 초월이 공존하는 기적.

구분으로 태어나 만남으로 이어지는

인간 존재의 위대한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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