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오늘도 나는 책을 펼쳐요.
낡은 종이 위, 빼곡한 활자들이
조용한 속삭임으로 마음을 두드려요.
그 안에 스며든 누군가의 사유와 감정이
나의 온몸을 간질이며 지나가요.
이 글이 태어날 때,
세상은 어떤 빛을 띠고 있었을까요?
어떤 바람이 불고,
어느 누가 이 문장을 새겼을까요?
책이란 단순한 활자의 모음이 아니에요.
누군가의 세계가 눌러 담긴 그릇이요,
시간을 건너는 작은 배예요.
이름 모를 손끝을 타고 흐르다
마침내 내 품에 안긴 한 조각의 우주예요.
그리고 나는,
그 우주를 조심스레 펼쳐
또 다른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