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해가 뜬다
저 광야의 지평선 위로.
타오르는 붉은 아지렁이들이
세상 모든 것을 깨우며 퍼져간다
불꽃 같은 손길은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세상 모든 것의 정점에 선
찬란한 지배자가 된다
그러나, 그 뜨거운 열기 속에도
햇살은 여전히 따뜻하다
푸른 새싹들이 땅을 뚫고 돋아나며,
나와 너와 우리의 몸에 생명의 싹을 틔운다
그 순간, 우리는 자유라는 깃털을 달고
광야를 넘어 세상을 유랑한다
그러나 해는
언제나 우리 앞에 머물 수 없다
해가 진다
저 광야의 지평선 아래로.
달이 뜨는 그 순간,
세상의 이념들은 차가운 쇠스랑으로 굳어지고
빛의 파편들은 흩어져
나와 너와 우리의 자리로 돌아간다
해가 지평선 아래 숨어 있을 때,
달은 세상의 왕이 된다
그 은빛 왕국 아래,
우리는 달의 지배를 따라야만 한다
정해진 자리, 정해진 길, 정해진 삶.
그것은 불운이자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