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녹슨 쇠사슬 하나로 너와 내가 나뉘었다
서로의 얼굴은 뚜렷이 보이는데
우린 투명한 장벽 속에서 끝내 등을 돌린다
말은 닿지 않고, 눈빛은 닫혀 있다
닿을 수 있음에도 닿지 않는 거리
우린 그 거리만큼을 서로 오해하며 살아간다
철조망은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잃어버린 것이 더 많았다
대립은 익숙해졌고
침묵은 우리의 국경이 되었다
그 국경 위에 자란 잡초들만이
서로를 향해 팔을 뻗는다
어쩌면 우리만 모르는 걸까
우리를 갈라놓은 건
철조망 같은 쇳덩어리가 아니라
사실 우리 자신이라는 걸
무엇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버려왔을까
사슬이 다 녹슬어
그 형태조차 흐려질 무렵이면
우리에게도 평화란 것이 올까
쇠가 부식되어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그날
나는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녹이, 상처가 아닌 다리가 되어
우릴 이어주길 바라며
나는 여전히 대립의 언저리에 선다
그리움은 철을 무디게 하고
시간은 증오마저 무디게 한다
그러니 언젠가,
이 녹슨 철조망 위로
작은 새 한 마리쯤은 앉을 수 있기를
그 새가 우리 사이를 지나
아무렇지 않게 날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