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4막. 그믐


올해를 두 손으로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해와 달을 열 번만 더 보면

그 시나리오는 그 막을 내릴 것이다


올해의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스스로의 발자취를 곱씹으며,

남은 열흘 동안

그 흔적 속에 잠겨보기로 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그 질주를 잠시 멈추고

나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또 다른 지평선을 향해 걸음을 옮겨왔다


이전에 나는 알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

지금은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언젠가는 추억으로 새겨질 나의 이 순간


뒤돌아본 올해는

한 편의 서사시처럼

수많은 장면들이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다시는 닿을 수 없을 순간들.

기억 속 어딘가에 희미하게 흔적을 남길 뿐,

결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찰나들.


지금은 저멀리 떨치고 싶어 벗어나고 싶지만,

하지만 언젠가 그리울지도 모를,

지금 이 시간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며

나는 그 안에서 살아 숨 쉬고자 한다


내 안에 쌓여 있던 모든 것들이

이제 막을 내린다

다만, 그 마지막 장면조차

최선을 다해 연기하며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위해

이 한 해를 보내리라


올해의 무대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위하여.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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