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막. 그믐
망망대해
무인도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쪽으로
눈을 감고 걸어간다
모래를 밟고, 파도를 가르고
가끔은 무릎까지 잠기기도 하면서
한 번 멈칫했다가
또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떻게 가야 할까
그 물음은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고
나는 그저
걷는다,
뛴다,
기어간다.
숨이 차면
잠깐 쉬고
발밑은 사라지고
머리 위엔 별도 지워진다
그래도 나는 앞으로 간다
어디든,
아무 데라도,
아무튼
앞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