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섬 사이, 백 리의 길

by U BAE

백리섬섬길. 전라남도 여수와 고흥을 잇는, 약 백 리에 걸친 섬과 섬의 바닷길이다.


길을 따라가다 문득 갯냄새를 맡고 싶어 샛길로 빠졌다. 그러다 마주한 공정리. 마을 이름이 왠지 마음을 끈다.

낯선 이방인의 몸짓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던 고양이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남은 빵 조각을 어미와 두 아기 고양이에게 나눠주며, 공정하게 사진을 찍었다.


마을을 뜻하는 한자 里(리)는 거리의 단위이기도 하다. 임을 버리고 가면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말에서 십 리는 사 킬로미터쯤 된다. 그런데 그녀를 두고 백 리를 간다는 건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길을 함께 지나왔다.


해를 피해 그늘을 찾아 앉으면 눈에 펼쳐지는 바다.

눈망울을 따라 파도가 넘실대다가도 생각은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남모를 생각이 해수면 아래로, 더 아래로 깊어지다 들어오는 먼 바다.


시선이 그곳에 오래 머물면 그만 일어설 때이다.

적금도와 조발도. 두 섬은 그랬다.


다시 그늘을 피해 해를 찾아 쉬엄쉬엄 섬마을을 걷는다. 걷다 멈춰 서서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바다이고 바다는 하늘이다. 섬과 배는 구름이고 구름은 배와 섬이다.


그날 우리는 도착지보다, 그 사이에 오래 머물렀다.


백리섬섬길 1.jpg


「섬마을」


수평선은 별리이다

바다는 그리움이다

섬은 외로움이다

등대는 손짓이다


길을 가다 보면 그냥 지나친 게 못내 아쉬운 때가 있다. 그날이 그랬다.

고흥에서 출발한 우리는 적금도를 향해 홀딱 가던 중 팔영대교 왼쪽으로 펼쳐진 바다 위 작은 우주를 스쳤다.

미(美)의 미련은 딱히 도리가 없기도 하다. 그녀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고서는 돌아가 눈에 넣기도 하였다.


백리섬섬길 2.jpg


「섬」


넓고 깊은 네 마음

그래, 조금은 알겠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길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