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

by U BAE

714호.


환자가 병실에 없다.

복도를 따라 따로 마련된 샤워장에서 목욕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뒷짐을 지거나, 때로는 가슴에 빗장을 건 채 창밖을 본다.


눈은 비가 내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을 연출한다.

오거나 내린다는 표현보다 날린다는 말이 조화롭다.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가벼운 몸을 바람에 맡기고 사방으로 교감을 시도한다.


날리는 눈 떼 너머 멀리 무등산이 잿빛 형체를 드리우고 있다.


한 평 남짓 샤워장.

의자 하나가 벽면에 부착된 거울을 보며 앉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외에는 샤워기 두 개, 세면대 하나.

출입문을 제외하면 샤워장은 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온통 흰색이다.

별도로 들여놓은 의자의 일부만이 파란색을 띠고 있다.

등과 엉덩이가 닿는 자리만 그렇다.


남자는 의자에 앉힌 상태로 환자를 씻기고 있다.

남자의 말에 따라,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씻기 위해

환자는 몸을 일으키고


눈앞에 보이는 쇠줄을 힘껏 잡아당긴다.


환자는 아래로 잡아당긴 쇠줄에 의지해 간신히 서 있고,

남자는 그 틈에 환자의 몸을 씻기고 있다.


갑자기 누가 문을 두드린다.


“사람 있어요.”


세차게 다시 두드리는 소리에

“안에 씻고 있다고요!”


누가 급한가 보다.

문밖에서는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하다.


강제로 문을 딴 모양이다.

남자 간호사 두 명과 직원 한 명이 들어왔다.

문밖 복도에는 휠체어와 이동식 간이침대가 놓여 있다.


발가벗은 채 당황해 있는 그들에게 불청객이 다가온다.

“어르신, 일단 그 쇠줄 좀 놓으시고 옆에 쇠 봉을 잡으세요.”


‘비상호출 벨, 위급 시 당기십시오.’


오늘은 12월 25일이다.

창밖에는 함박눈이 날리고 있다.


잠시 아픔을 잊은 714호.

여기저기 하얀 이들이 눈발처럼 날리고, 병실 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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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창가」


그토록 바깥 계절이 시리다


투두두둑

요소비료 같은 싸라기눈이

연신 빗금을 긋는 날에도


창밖 어느 세상에 무심하다 보면

창가에는 어느덧

겨울볕 좋은 오후가 있다


기울어진 시간의 어깨 위로

나풀나풀

함박눈이 날리기도 하고


하늘의 언어가 내리듯

도시의 불빛 깜빡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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