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조금은 다른 사람이 남겨 둔 온기

by U BAE

지난해 10월 말이었다.

간혹 스산한 바람이 불었지만,

추위는 아직 강을 건너오기 전이었다.


나는 분홍쥐꼬리새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핑크뮬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때의 나는 이 이름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었던 것 같다.


분홍빛 스웨터의 겨드랑이를 타고 나풀대는 털실이나,

석양이 물든 고요함 속에서 묻어나는 온기 같은 것이

그 풀에서 느껴졌다.


언젠가부터 가을이 오면,

나는 그 풀의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사진을 찍을 때면

마음이 자연스레 한쪽으로 기울곤 했다.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하늘이나 석양을 배경으로

분홍쥐꼬리새의 스카이라인을 담고 싶었지만,

그 자리에는 도시의 회색빛 건물들이 서 있었다.


그래서

아예 더 가까이 다가가

배경을 지운 채,

내가 그것의 몸을 입고 있는 듯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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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한 여선생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바깥에 머무는 것들이

언제 밀려올지 모를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고양이집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퇴근 무렵,

몸을 숙여 뚝딱뚝딱 손을 놀리던

그녀의 자전거 곁에는

규격을 맞춘 박스들과 방한용 비닐이

등 뒤로 지는 해와 함께 흩어져 있었다.


이 선생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그날 이후,

나는 종종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다.




새해가 밝고, 1월 2일 출근길.

간밤에 내린 눈이

학교 곳곳을 하얗게 덧칠해 놓았다.


별생각 없이 사무실에 들어섰다.


햇살이 사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창가에 앉아

숨을 고르다 문득

지난가을의 기억이 돋아나

밖으로 나갔다.


고양이집 하나를 향해 가던 중,

발길을 멈췄다.


백설기 같은 눈밭 위에

사뿐사뿐 지나간 고양이 발자국들,

그 발자국마다

밤톨처럼 옴폭 들어앉은 그림자들이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제집을 둘러싼 꽃댕강나무의 그림자를 피해

아침 햇살을 쬐고 있었다.


이내 나를 향해 돌아선 고양이와

잠시 시선을 마주쳤다.


두 시선 사이에

지난가을, 누군가가 남겨 둔 온기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눈이나 그림자가

꼭 차가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두고 있다.


오늘 아침,

나는 그 생각 곁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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