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은 생각의 육화(肉化)이다. 육화는 통(痛)의 대상이다. 글은 몸싸움을 하지 않는다. 자리를 내주고 비켜서기 때문이다. 말은 어떤가! 입에서 뛰쳐나온 말들의 경유지로서 허공은 온통 싸움터이다. 치고받는 싸움터. 말은 본디 싸움을 피해 듣는 이의 귀에 붙고자 한다. 말길을 트고 서로 부딪히지 않으면 육화로서 말은 아프지 않다. 다산(多産)의 말은 남는 게 많지 않고, 소산(少産)으로서 글은 다 남는다. 아프며 소비되는 말과 아프지 않고 생산되는 글이 있다.
글, 하얀 벽을 치다.
말, 없는 벽을 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