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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만 Apr 03. 2022

내가 지난 1년간 만났던 환자들


일하다가 현타올 때가 많지만 너무나도 바쁘지만, 환자랑 얘기하는건 좋다.


아무튼 즉흥적으로 기록해보는 내가 만났던 인연들, 환자들.


이름, 구체적 병명 등 신상 정보는 표기하지 않, 대화한 내용에만 집중해서 씀. 


1.  암환자

수술을 해도 암이 meta되어 항암받는 환자들

그렇게 떠나보낸 환자 셋. 그 중에 한명은 마지막 밤을 함께 보냈다. 예전에 마약성 진통제 달라고 했는데 올라오는게 시간 너무 걸려서 그냥 내가 냅다 약국까지 다녀왔었다. 다음날 출근하고나서 그 환자의 병실이 비어있을 때의 쎄함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또다른 환자는 내가 쌩신규일 때 처음 진단받고 항암을 시작하러 왔는데 내가 퇴사하는 달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분이 되었다.


2. 암환자

암이 가슴 바깥으로까지 나와 가슴혹이 거의 배구공만하게 나왔다. 환자는 점점 말라가고 가슴혹은 더 커지고 진물이 나왔다. 매일 드레싱을 하고, 상처를 건드리지 않게 주의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너무 애틋한 부부였는데 그들이 먹는 견과류밥이 너무 맛있어보여서 레시피를 여쭤봤다. 유투브 ㄱㅎㅇ의 해독식탁을 소개받았다.

 

3. 양성종양 제거수술환자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는데 한창 신규였던.. 나에게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나를 혼내는 선생님들이 가고나면 "쌤 기죽지말아요. 잘하고 있어" 라고 말해주며 나 대신 화내주기도하고(당연히 우리둘만있을때 ㅋㅋ) 보호자인 남편과도 너무너무너무 알콩달콩 지내서 보기 좋았다. 환자가 출혈이 심해서 다시 입원했을 때도 또 본다면서 웃으면서 반가워해주셨다.


4. 외국에서 온 한국인환자

외국에서 꽤 심각한 감염성 질병걸려서 급하게 귀국 후 거의 6개월을 우리 병동에 있다가 일주일전 다른 곳으로 전동가셨다. 처음에 왔을 때 몸이 앙상 피부가 까끌하셨다. 가족들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시고 치료방식을 꼼꼼하게 확인하셨다.  외국에서의 좋은 기억들도 많았을텐데 급하게 한국으로 조기귀국을 했다니 슬프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여기에 감정을 크게 쏟지 않으려 하고 얼른 빠져나와 환자에게 할 일을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장기환자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외에도

12시간 공복상태에서 환자 i/o 측정하다가 내 입에 만두랑 떡 넣어준 환자분 (맛있었다)

소변줄이 막혀서 다시 연결했던 환자분

아기의 출생증명서를 숨기고 싶어 한 환자분

항암하러 오시는 씩씩한 젊은 환자분

코호트 격리하느라 답답해하는 환자분들

칭찬간호사에 내 이름을 올려줬다는 환자분들

퇴원하면서 남편이 내 칭찬을 엄청했다고 응원해주신 환자분 

속눈썹펌 하신 환자분






더 기억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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