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의 감액가능성
1. A회사와 B회사는 C회사에 대하여 공동출자하여 공동경영을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C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업자인 A회사와 B회사 사이의 의견충돌로 인해 아무런 경영상의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2. 결국 A회사와 B회사는 동업관계를 정리하기로 하였다. 쌍방 회사는 B회사가 가지고 있는 C회사의 주식 전부를 A회사가 50억 원에 매수하고 B회사는 더 이상 C회사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동업관계를 정리하기로 하는 합의계약(이 사건 합의계약)을 체결하였다.
3. A회사가 B회사의 주식을 매수하는 이 사건 합의계약에는 쌍방은 계약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위약벌로서 주식매매대금 50억 원의 약 3배가 되는 15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위약금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4. 그런데 A회사는 이 사건 합의계약에 관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이행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B회사는 A회사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계약해제와 이 사건 합의계약상 위약벌 약정에 따라 150억 원을 지급하라는 청구를 하였다.
5. 이에 B회사는 A회사가 청구하는 위약벌이 지나치게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위약벌은 계약당사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벌금을 내는 것을 말한다. 위약금(손해배상의 예정)은 상대의 손해를 배상하는 성격이나 위약벌은 손해랑 상관없는 벌금을 의미합니다. 위약벌은 그 점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구별되는데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 함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당사자 사이의 계약으로 미리 정하여 두는 것을 말합니다.(민법 398조 1항) 즉 손해배상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계약당시에 미리 정해 두는 것을 의미하고 위약벌은 구체적 손해와 상관없이 계약당사자에게 채무불이행의 귀책에 따른 벌금액을 정하는 것입니다.
결국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위약벌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는 손해배상의 예정과 위약벌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대법원은 손해배상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기준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 경우에 그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내용과 계약의 체결 경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의사해석의 문제이고,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지만, 당사자 사이의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 특히 하나의 계약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에 관하여 손해배상예정에 관한 조항이 따로 있다거나 실손해의 배상을 전제로 하는 조항이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어서 그 위약금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하게 되면 이중배상이 이루어지는 등의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다82944(본소), 2013다82951(반소) 판결) 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당사자간의 계약에 위약금 약정이 있는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 추정하지만 하나의 계약에 위약금 조항과는 별도의 손해배상예정에 대한 조항이 따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해당 위약금 조항을 위약벌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한편 손해배상의 예정의 경우 민법 제398조 제2항에서는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은 위 규정을 통해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과다한 경우 이를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약벌의 경우에는 그 액수에 대하여 통제하는 규정이 없어 과연 위약벌 벌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이를 감액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위약벌의 감액가능성에 대하여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으나,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됩니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다56654 판결) 다만 대법원은 공서양속 법리(민법 103조)를 적용하여 위약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무효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매우 엄격히 해석합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례에서 대법원이 위약벌의 무효를 인정한 경우는 극히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 대법원은 위약벌 약정이 103조 위반으로 무효가 됨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 위약벌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근거로는 위약금 약정액이 주식 매수대금의 3배가 되는 사실, 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A회사도 더이상 이 사건 합의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 위약벌과 별도로 A회사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는 사실 등입니다.
결국 상당히 엄격하게 해석되기는 하나 위약벌의 약정도 지나치게 과다한 경우 감액이 가능합니다. 위약금 조항에서 중요한 점은 과연 그 조항이 손해배상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여부, 위약벌이라면 감액가능성이 존재하는지 여부일 것입니다. 계약 당사자들로서는 계약 당시 과다한 위약금 약정을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나 이미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위약벌 액수의 타당성 여부도 상세히 확인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상 문석주 변호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