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앵두나무 Aug 19. 2024

나만의 문


몇 달 전 인스타의 영상을 보고 저장해 놓은 것이 있다.

영화감독 '박찬욱'님이 상을 받으러 나와서 소감으로 하는 말 중의 일부인 것 같았다.

"제가 설국열차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배우 송강호 씨가 옆을 가리키면서 '이거 너무 오랫동안 닫혀있어서 벽인 줄 알고 있지만 이게 사실은 문이다'라는 대사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문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아! 너무 감동적인 멘트로 다가왔다. 감동적이라고 느꼈다는 건 마치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는 얘기이다. 그리곤 이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두 달 넘게 우울이니 무기력이니 하는 감정들을 달고 산건 그런 감정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나 스스로가 나를 가두고 넘지 못할 벽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저 문이라 생각하면 손잡이를 잡고 밀면 되는 것을 벽이라고 생각하니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깨부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심적 부담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길었다.


살아가는 동안에 앞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문을 만날 것인가. 그때마다 주저앉을 수는 없다.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문을 수도 없이 봐왔고 그 문들 앞에서 주춤하거나 뒤돌아간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나를 한걸음이라도 뗄 수 있게 했던 순간은 그 문을 열고 들어갈 때였다.


늘 예기치 못한 순간들을 결국엔 무사히 잘 건너와 지금의 내가 있듯이 앞으로도 나만의 방식으로 걸어가야지 다짐한다. 나를 서있게 하거나 주춤하게 하는 문을 만나면 일단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손잡이를 잡자. 그리고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버린 내 용기를 일으켜 세워 함께 문을 밀고 한 발짝만 걸어가 보자.


내 앞에 보이는 건 높은 '벽'이 아니라 커다란 '문'일뿐이니까!

내 앞에 보이는 것이 벽인지 문인지를 결정하는 건 그저 내 마음에 달렸다는 걸 잊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식물 고자에서 벗어나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