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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 Jul 02. 2023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구조한 두 마리 고양이와의 삶

나랑 살아줘서 고마워... 진짜.

우리 집에는 치즈랑 흑임자가 사는데,

치즈는 병원에서 구조한 고양이를 데려왔고

흑임자는 센터를 통해 데려왔다.


2021년에 데려왔으니까 치즈는 3살,

흑임자는 2022년에 데려와서 2살이다.

벌써 나랑 얘네랑 이렇게 오래 살았다고?


친구랑 카톡을 하다 책임감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 이야기가 나왔다.

좋아하는 것이 대부분 같고

싫어하는 것은 99 퍼센트 정도 일치하는 친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좀 달랐다.


나는 이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나기 전과

만난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고,

조금 더 책임감이라는 게 생겼으며,

아주 많이 행복해져서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근데 친구는 그런 삶이 부럽긴 하지만,

자기 성향에는 오히려 그 부담에 짓눌릴 것 같단다.

나는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고

내일 출근하기 싫다는 말로 이 이야기는 끝났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내 옆에 있지만,

사실 우리는 내 선택으로 함께 살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은 물어보고 싶다.

너 나랑 살아서 좋아? 하고.

물론 자주 물어보긴 하지만,

대답을 들어보고 싶다는 거다.

좋지 않아도 좋으니까,

싫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


일이 있어 컴퓨터 앞에 앉으면

종종 보게 되는 광경이다.

하루에 80% 이상을 자면서

보내는 생물이 고양이라는데,

우리 애들은 내가 집에 오면 보이는 곳에서

이렇게 같이 자기도 한다.


나른한 주말 오후를 보내면서,

엄마의 칩거를 반기는 아이들과

올해 하반기를 시작했다.

직장도 옮길 거고,

새로운 일에도 도전하게 될 것이고,

이사도 하겠지만

우리 애들은 내 옆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묘하게 힘이 난다.


8월까지 편지를 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말은

사실 다 거짓말이다.


모든 것은 내 선택으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새로운 선택이 필요한 상황으로

날 데려다 놓는다.


귀엽다는 말을 하루에 백 번도 하게 만드는

이 두 생명체와 살면서 나는 많은 게 달라졌다.

어쩌면 지난 5년의 연애보다 더 큰 변화가

이들로부터 온 셈이다.

그래서 매거진 첫 글로 우리 집 고양이

두 마리를 선택했다.


오늘도 행복하자,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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