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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 Apr 06. 2024

개 끔찍한 연애 (2) 최선을 다한 연애








최선을 다한 연애는 후회도 없다.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나온 말이라서, 지루하고 지겹고 너무 뻔한 말이지만 적어도 연애에서는 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싶다.


출처: TVING

최근 출퇴근 시간이 왕복 2시간이 조금 넘게 되면서 드라마 보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몸이 피곤하니까 공연을 보기도 힘들고, 사흘을 쉬게 되었지만 그 중에서 이틀은 공부하고 일하느라 시간을 뺄 수 있는 날이 하루밖에 안 되다 보니 자연스레 할애하는 시간이 줄었다. 공연을 관람하는 일은 가는 시간, 가서 기다리는 시간, 공연 관람하는 시간, 돌아오는 시간까지 모두 포함하는 아주 힘든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었다. 가장 사랑했던 극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이젠 놀라울 정도로 금전 감각도 돌아와 버렸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요즘은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최근작은 <유미의 세포들>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최선을 다한 연애는 후회도 없다”는 말이 정말 최고의 진리라는 걸 느끼면서 괜히 과거의 연애를 떠올리고 있었다. 연애하는 중에는 특별해 보이는 내 연애도 사실은 아주 평범하며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연애도 실은 아주 평범한 스텝을 밟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나면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


요즘에야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할 만한 기력이 없지만, 과거에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연애했었다. 최선을 다하고 나야 헤어진 뒤에 후회가 없다는 걸 깨달아서가 아니라, 그냥 연애의 스타일이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다 털어서 주고 오면 상대방은 후회할 지언정 나는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나름 이기적인 행동이기도 하지만 헤어진 사람한테 예의 차려서 뭐 할 건데.


어쨌든, 졸렬하고 아주 최악의 최악의 가도만 달렸던 첫사랑을 지나서 두 번째 제대로 된 연애는 사실 더 최악이었다. 덕분에 아직 그보다 더 최악인 연애를 해 본 경험은 없다. 그는 나와 만나고 2달 만에 군대를 갔고, 가서 동기에게 꾸준히 대쉬하다 걸렸고, 그래서 헤어졌다. 그 과정에서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그 동기에게 꾸준히 대쉬했던 것을 알게 되었고, 뺨 한 대를 때리고 헤어졌다.


세상에, 근데 그 놈 군대 면회를 가겠다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전날 버스를 타고 가서,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버스를 타고 가서 4시간 보고 다시 돌아와서 부산으로 내려오는 기가 막힌 일정을 소화했었다. 이만큼 했으면 난 더 할 것도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첫 휴가 때 그걸 알게 된 기분이란……. 이때 나는 또 깨달음을 얻었다. 이만하면 깨달음으로 법리를 깨우치는 것도 되겠다 싶을 만큼 너무 많은 걸 왜 어릴 때 알게 되었는지.  


(1) 동성 친구보다는 이성 친구의 평가를 믿자.

(2) 곧 군대 갈 새X는 만나는 게 아니다. 

(3) CC도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  


깨달음을 얻고 나서의 결정은 또 어렵지 않았던 게, 이후의 나의 연애를 만들어갔다. 기력은 없지만 늘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뒤 아니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별을 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후회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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