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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순간들이 내 삶의 화양연화이길

에필로그

by 예몽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무렵

글 쓰는 삶을 선택했다.

글을 읽고, 쓰고, 쓰기 위해 생각하는 삶.

일어나는 매일의 현상을 놓치지 않고

사유하며 나로 성장하는 삶


두 번째 인생은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길 소망하며

브런치스토리를 두드렸다.

감사하게도 3월 5일,

브런치에서 온 합격메일을 받았다.

기분이 붕 떠올라 좋았던 건 잠시,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아 숙제 안은 학생이 되었다.


미루면 쓰지 않게 될 것 같아서,

의무감에서라도 쓰고 싶어서,

일단 제목부터 정하고 연재를 신청했다.

기억 속에 저장해 둔 이야기를 꺼내

발행하긴 했지만 서툴기 짝이 없다.


에세이를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니면서

일기도 아닌 글을 이렇게 써도 되는지?


이런 생각으로 불안했지만

연재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발행버튼을 누르곤 했다.

두 달이 지나고 돌아보니

내 민낯인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서툴고 부끄러운데 왜 나는

글쓰기에 기웃대는지 알 수가 없다.

출간을 꿈꾸는 작가를 꿈꾸는 건 아니다.


그냥 그저... 쓰고 싶다!

그저 쓰고 싶다면 일기장에나 쓸 일이지만,

오랫동안 쓰면서 성장하고 싶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다.


일기장은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내 집 같아 좋긴 하다.

편안하게 생각을 내려놓다 보니

크게 사유할 필요도,

평생을 쓰지만 글 쓰기에 성장도 없다.


글벗이 있는 브런치는

대상을 두고 예를 갖춘 대화를 하는 듯해서

나를 곧추세우고, 생각에 필터를 장착하게 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글을 쓴 뒤

실수한 곳이 없나 살펴본다.

그럼에도 다시 보면

아차! 싶은 곳이 보여,

보이지 않게 다듬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깨어있는 나로 마주하는 공간,

결코 편안하지 않는 성장의 장이 되는 곳이 브런치다.


남들이 쓴 글을 읽을 때 마음이 편안하고,

가끔 나도 그런데?라고 느끼는 순간에는

위로를 받기도 한다.

편안함과 내가 받은 위로가 감사해서

좋아요! 를 누른다.

그들도 얼마나 많이 읽고,

사유하며 내놓은 이야기일까 생각하면

좋아요를 꾸욱! 누르게 된다.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으로 뱉은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 것에 지쳐 입을 다문다.

내가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닌데

흥분과 이성출타로 쏟아낸 말은

주워 담지도 못하고, 말한 나도 들은 상대도 상처투성이가 된다.


두 번째 삶은 눈으로 보고, 읽고, 머리로 생각해서

말이 아닌 글로 표현하는 내가 되려 한다.

글 쓰는 근력이 생기면

탄탄한 근육으로 운동할 때처럼,

가뿐하고 기분 좋은 느낌으로

쓰게 되지 않을까?


첫 번째 내놓는 브런치 책이

쓰는 근력을 키우지 않고 쓴 글이라

근력 없이 운동할 때처럼 숨차다.

오래 쓰지도 못하고

쓰고 나니 지우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지우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고

첫 발을 내디딘 성장통이라 여기며

직진하려 한다.


서툴지만 한발 한발 내딛는 글쓰기로

나를 알아가겠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내 앞에 놓은 시간을

나로 채우겠다.

글쓰기로 성장하는 순간이 꽃처럼 피어나길

글 쓰는 날들이 꽃처럼 아름답길


'나의 화양연화' 브런치북은

여기서 끝내지만

나의 진짜 화양연화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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