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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인더 Feb 21. 2024

죽음이 어렵지 않다면, 사는게 더 쉬워질 텐데

죽음이란 무엇인가ㅣ셸리 케이건



Q 삶이 끝난 후에도 삶은 계속되는가

-죽음을 이야기하기 전에 던져야 할 질문들

-인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진 인간 / 이원론

-육체만으로 이루어진 인간 / 물리주의





인간의 물리적 죽음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을 마주 볼 수 있었고, 숨을 쉬었고, 불만을 표현할 수 있었고, 눈물을 흘릴 수 있었지만 이내 하나씩 신체의 기능이 멎었다. 손을 잡아보고 얼굴을 만져보았다. 아직 온기가 있었다. 곤하게 잠든 모습. 그것이 내가 바라본 물리적 죽음이었다. 의사가 사망 판정을 내렸지만 내가 보기엔 그저 잠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한 이틀이 지난 뒤에 누워있는 아빠를 보았다. 온기는 하나도 남지 않았고 혈색도 사라졌다. 하지만 하나도 무섭지는 않았다. 내 아빠니까. 그제야 육체의 죽음을 실감했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아빠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어렴풋이 아빠가 몸을 떠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지는 않았다. 나는 그를 기억했고, 여전히 느낄 수 있었고, 아마도 내 세포 중 일부가 그로부터 온 것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는 이원론자인가?     




나는 아빠의 유골이 안치된 곳에 몇 해 동안 가보지 못했다. 아빠 기일에는 아빠를 떠올리지만 제사를 챙기지는 않는다. 엄마는 그동안 같이 살아온 정이 있다며 본인 마음 편하려고 기일이 되면 나물 몇 가지와 밥 한 끼를 손수 차린다. 나는 올해도 함께 식사는 못했지만 오늘은 ‘곤이’(아빠)가 왔는지 매번 물어본다. 시간이 되면 같이 저녁 한 끼 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아빠의 영혼이 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일원론자인가? 육체가 죽으면 영혼도 정신도 일체 형상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까.

일원론인지 이원론인지 아니면 그사이 중간 어디쯤인지 아직은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없지만 계속해서 알아가려 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무엇이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가?
사후의 삶이 존재할까? 육체적 죽음 이후에 나는 계속 존재할까?     


인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원론의 관점이다. 영혼은 육체와 다른 차원인 비물질적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핵심적인 개념이다.      


나머지 하나는 일원론이다. 물리주의 관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인간을 물질적, 물리적 존재로 보는 것이다. 물리주의는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육체 그 자체이며 육체가 죽으면 그걸로 끝난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이원론에 따른다고 할 때, 육체가 죽으면 정신도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인간은 영적 존재로 육체가 죽는다 해도 본질적인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으며 계속 존재한다고 말한다.     


물리주의자들에게 죽음이란 인간 기능의 종말을 의미한다. 정신이 곧 뇌라고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물리주의자들도 정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생각하고, 사랑하고, 계획을 세우는 육체적 기능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적 도구로 바라본다. 정신이라는 개념을 인정하지만 영혼의 존재는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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