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죽음을 쓰고, 기록하려는 이유
혹시 자신이 죽는 꿈을 꿔 본 적이 있는가?
오래전 꾸었던 꿈 속에서 전쟁포로가 되어 양손이 묶인 채 죽임을 당한 적이 있다.
저기서부터 한 사람씩 총을 맞고 쓰러지는데, 곤욕스럽게 내 차례를 기다렸다.
조마조마하게 버티는데 결국 반전 없이 총에 맞았고 그 순간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얼마나 무서웠는지 잠에서 깨고 난 뒤에도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요동쳤다.
일어나 한 참 동안 숨을 고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아빠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은, 꿈에서 느꼈던 감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오랜 시간 동안 두려움과 상처로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게다가 아빠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가 이렇게 사라지게 된다니!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은 자신의 죽음 보다 더 큰 두려움일지 모른다. 내 몸은 이렇게 번듯이 살아 있지만 나의 일부가 그와 함께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죽음을 가까이 만나고 난 뒤에 깊이 잠드는 게 어려운 날이 많았다.
내가 아는 상식과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로 속에 갇혀있던 날들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
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통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기를 원한다.
당신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생명이 다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죽음은 두려워하고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원래 우리 안에 있었다는 걸 일깨우고 싶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라고,
살아 있는 순간을 더 즐기고 감사하면 된다고.
스스로 미로 속에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쓰고 기록해서 전하고 싶다.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