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인 Jul 31. 2024

어쩌면 나는 이미 여행 중이었는 지도 모른다

기계실 아저씨가 도착했다

망가진 엘리베이터를 뒤로 한채, 역시나 걸어 올라오셨다.

나는 내가 아끼는 오디술을 내밀었다.

아저씨는 내용물과 다르게 토끼모양인 병이 낯선지, 계속 오디가 맞나고 물어보셨다.


"아저씨, 돈 내야 해요?"


이미 겨울에 수도가 터진 경험이 있기에, 나는 얼마를 냈는 지도 알고 있었다. 나의 오디 힘인지, 아니면 정말 안내도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는 무료로 교환해 주셨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다.

나의 벽지는 마르고 젖고 마르고 젖고를 매일같이 반복하 고 있었고, 나는 그 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1일 전,

윗집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집이 정말 누수인지 전 문가를 모시고 확인하러 오신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 분이 오셨고, 정말 누수였다.


다만, 윗집도 피해자였고, 누수가 되는지 안 되는지 그 집에서도 겉으로만 봐서는 확인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오래된 아파트의 비애였다.


그리고 여행시작 당일날 나는 짐을 싸면서도 그 벽을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그 세 분이 다녀간 이후로는 벽이 젖지 않았다.

무슨 일일까? 너무 궁금하지만, 이제 나는 나의 여행을 시 작할 때가 되었다.


처음부터 예측할 수 없는 사건으로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나는 5일 전부터 여행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5일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했고, 이 기회로 주인아주머니와 수다도 떨게 되었다. 공통 주제가 있으니 이야 기하기가 쉬웠고, 너무 재밌고 좋은 분이란 것을 알게 되었 다. 이 집에 살면서 2년 동안 그 사실을 몰랐다니... 아쉽지만, 남은 2년은 이 분과 잘 조율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 02화 윗집은 나에게, 나는 아랫집에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