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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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일요일,
일일이 다 적을 순 없지만 분명한 건 스펙타클한 새벽이었다. 두 시에 정리를 하고 씻고 나와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고 싶었는데... 일어나면 어제 느꼈던 감정들과 추억들이 사라질까 봐 졸음을 참아가며 한 글자 한 글자를 눌렀다. 겨우 마침표를 찍고 불을 끄고 누운 시간은 새벽 4시 30분. 하. 하루가 참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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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동안에 발톱과 발뒤꿈치, 다리가 아팠다.
아픈 것보다 피로의 무게가 더 커서 꿈나라에 쉽게 갈 수 있었다. 꿈을 꾼 건 아쉽지만 순간의 잠듦 영역은 이숭이가 단연 최고다. 어제 둘이서 플랫 구두를 신고 언덕과 길을 다녔으니 발이 고장 날 만했다. 좁디좁은 구두에 끼여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을 발을 생각하니 다시 발이 찌릿찌릿 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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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아침 커피와 티라미수 케이크, 사과로 속을 달랬다. 간 밤에 일어난 스펙타클 이야기를 곱씹으며 이성의 끈을 붙잡아본다. 그리고 남편 친구를 역으로 바래다준다. 겨울에는 일본에 놀러 오라며, 다음에 만나자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다음에는 꼭 이숭이의 일본어가 늘어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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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2박 3일 손님맞이 놀이 끝.
일단 배고픔부터 달래주고 서로 고생했다며 다독여줬다. 순두부찌개랑 돈까스로 선물을 해주고 컴백홈한 우리. 밀린 빨래부터 해놓고 정리를 조금만 해놓고 낮잠을 자러 갔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남편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노래로 눈을 떴다. 그 사이 빨래를 널고 쓰레기를 버리고 다림질과 사포질을 하고 있었다. 사포질 슥슥슥 소리를 자장가 삼아 시원하게 자고 일어났더니 눈도 시원하게 부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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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흥청망청의 끝을 보여주겠다며, 맛있는 음식, 디저트를 먹고 동성로 쇼핑을 했다. 남편 카드로(!). 우정반지까지 사이좋게 나눠 끼고, 내 손가락을 봤는데 반지가 네 개나 껴져 있었다. 그런데 오늘 벌써 하나가 사라졌다. 하나를 샀는데 하나를 잃어버리면 어쩌지....? 헤헤... 집에 있으면 다행인데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 언니도 어제 하나 잃어버리고 하나를 샀는데... 반지 잃어버리고 사는 게 우리의 약속이었나. 요것이야말로 흥청망청의 방식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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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달걀 볶음밥이랑 라면을 먹었다.
라면으로 먹어줘야 해장을 한 기분이랄까. 팔팔 끓는 물에 라면을 넣고 파송송 계란을 톡 넣는다. 파라면인지 계란 라면인지 모를 모양으로 해장하는 일요일 저녁밥. 호로록 호로록 후하후하. 이제 진짜 휴식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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