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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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돌아보며,
12장의 달력을 모두 넘겼다.
2년 동안 매달 기입하던 가스 사용량 종이는 숫자로 가득 찼다. 날이 추워지는 만큼 이불속이 좋아서 나태하게 보냈지만, 그 나태한 날을 미래엔 그리워할 것 같다. 꽁꽁 껴입고 틈틈이 동네 산책을 하고 서울구경을 하고 동네빵집을 가던 소박한 날들. 1년을 돌아보며 뭐가 제일 기억에 남는지 물어보고 2020년 소망을 공유하는 우리. 별 탈없이 잘 보낸 것 같아 만족스러운 12월, 그리고 일 년. 우리 충분히 잘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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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좋아지는 달이다.
마음에 여유, 낭만이 사라진 건지 어릴 때 듣던 그 캐롤이 아니다. 어릴 때 콩닥콩닥 그 설렘이 아니다. 머라이어 캐리 전주만 들어도 두근대던 그 심장도 아니다. 그럼에도 성탄절이라서 좋고 우리집 거실을 지키는 트리가 예뻐서 웃는다. 실제로 내가 어릴 적 엄마는 화분에 나뭇가지를 솜으로 둘러싸고 알록달록 장식을 매달았다. 전구를 칭칭 감고 나서 점등식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물개 박수를 치던, 행복해하던 기억이 마구 떠오른다. 성격이 급했는지 성탄절에 태어난 나.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내 옆엔 남편, 가족, 친구들, 동생들, 언니 오빠들, 직장동료들의 애정 가득한 문자나 전화, sns 댓글들로 행복한 성탄절을 보냈다. 메리메리했던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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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감파티를 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먹은 과일이 있었던가.
남이 깎아놓은 과일을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혼자서 과일을 즐겨먹지 않는다. 매일 아침 남편 간식으로 사과를 깎으면서도 내가 먹는 날은 드물 정도로 데면데면한 과일 애정도. 그런데 순식간에 바뀌었다. 평소에 밀감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매일 먹을 줄 몰랐다. 제주도 밀감 최고. 지금도 생각나서 아른아른. 밀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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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해보자>
이번 달에 뭘 했냐고 물어본다면, 영화를 봤다고 대답을 할 정도로 부지런히 화면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본 영화가 26편. 목에 담은 시시때때로 찾아왔고, 그에 못지않게 겨울잠과 게으름도 동시에 퍼졌다. 영감을 받거나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 좋은 도구인 영화보기. 마루 밑 아리에티를 보면서 즐거운 충격에 빠졌던 날이 생각났다. ‘힐링’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나도 내 손그림을 누군가에게 좋은 기운을 주면 좋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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