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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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화요일,
알고 있었다.
2019년의 마지막 날도, 2020년의 시작도 보통날처럼 흘러갈 것임을. 유난을 떨지 않아도 시간은 지나가고 있음을. 여느 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나 남편에게 잘 잤냐며 인사를 건네고 간식을 챙긴다. 늦잠을 잔 바람에 평소보다 더 후다다닥 준비를 해서 출근을 하는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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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화를 볼까.
영화를 고르는데 은근히 신중하다. 실은 영화 편식이 심해서 신중한 거였다. 매일 후보로 올라와있던 노트북을 2019년의 마지막 영화로 선택해서 좋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레이첼 맥아담스, 평생 한 여자를 위해 살아가는 직진남 라이언 고슬링. 봐도 봐도 슬프고 기쁘고 감동적이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또 돌려보게 될 노트북, 너무 좋아. 몽글몽글한 이 느낌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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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하나를 깎아먹고 밖으로 나왔다.
동네빵집에 가서 당근케이크랑 초코케이크를 살 계획이었다. 1호점에서 두 개만 살랬는데 초코가 없다. 결국 당근케이크, 식빵, 초코케이크, 할라피뇨를 담아 왔다. 욕심쟁이 이숭이. 우연히 주차장에서 남편을 만났다. 종무식 덕분에 일찍 퇴근을 해서 낮에 만난 우리는 그저 신났다. 느닷없이 개다리춤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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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커피 두 잔을 내린다.
커피빵이 뽕뽕뽕 올라오고 집 안에는 커피 향이 가득했다. 빵과 함께 보는 영화 ‘우드잡’. 우리는 봤던 영화, 드라마를 잘 돌려보는 편이다. 왜냐하면, 둘 다 기억력이 생생하지 않기 때문에 늘 새로워한달까. 크크크. 이 영화는 봤는데도 재미있어서 낄낄낄 깔깔깔. 올해 마지막 영화는 코미디로 장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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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산책을 하기로 했다.
꽁꽁 싸매고 나와서 다이소에 가서 콘센트 하나를 사고, 그다음 행선지에 대해 의논을 하는 우리. 집에서 통닭을 시켜서 영화를 볼 것인가, 아니면 봉구비어에 갈 것인가. 봉구비어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내 입꼬리는 슉슉 올라간다. 말할 것도 없이 결정 땅땅땅. 감자튀김이랑 새우고로케 세트를 시키고 맥주 한 잔씩을 마셨더니 안주가 없다. 어디 갔지. 리필을 하는 것 마냥 똑같은 안주를 하나 더 시킨다. 맛있다고 할 때는 언제고 돌아오는 길엔 배부르다고 난리부르스였다. 덧붙여서 몹쓸 이쑤시개에 찔려 피를 봤던 것도 시트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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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씻고 나와서 카운트다운 시-작.
방금까지 2019년이었는데 2020년이 시작됐다. ‘올해도 행복하자’는 다짐을 나누고 찐하게 안아주는 우리. 그리고 오후에 꾹꾹 눌러 담았던 손편지를 건넸다. 얼마나 글을 안 썼으면 손이 호돌돌돌하면서 아프다. 심지어 글씨가 춤을 추고 점점 파괴됐다. 히히. 아무튼, 우리도, 가족도, 내 곁의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평화롭기를. 새해 복 많이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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