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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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월요일,
평소보다 일찍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시곗바늘이 6을 가리키면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새벽에 빗소리에, 지진 알람에, 요란한 꿈 때문에 몇 번을 깼지만 나름대로 포근하게 잘 잤던 것 같다. 하지만 월요일은 늘 그렇듯 일어나기 어렵다. 팅팅 부은 얼굴로 부엌에 들어선다. 땡땡한 사과를 깎을 때면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4등분을 해서 칼로 하나둘씩 껍질을 벗겨낼 때, 아삭함이 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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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로 배가 고프지 않은 걸까.
요즘 잘 먹고 저장을 잘해둔 덕분일까. 누워서 뒹굴뒹굴 영화 ‘우리집’을 보고 나서도 간식도, 점심도 넘기고 물 한 잔만 마셨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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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가 되면 밥을 안친다.
저녁 메뉴는 냉이된장찌개와 잡채, 파프리카랑 오이, 팽이버섯전과 밑반찬들. 오이를 좋아하는 남편 앞엔 오이를, 오이를 싫어하는 내 앞엔 파프리카를 올려둔다. 알록달록한 우리집 밥상. 오늘도 함께 먹는 저녁밥이 따뜻해서, 저녁이 있는 삶을 함께 보내고 있어서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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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마시고 싶어 남편이랑 카페로 갔다.
저녁 커피를 마신다는 건 그날 잠은 포기하겠다는 뜻이겠지.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시려다가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도 따라왔다. 분명 배가 부르니까 집에 갈 때 포장해서 가자고 했는데, 어느덧 다 먹었다. 케이크도 커피도 홀랑 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매장도 마감할 시간이 됐고, 12월도 다 끝나간다. 2019년이 끝이라니. 남은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야지. 12월 30일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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