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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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일요일,
도도한 나쵸와 함께하는 밤.
토요일이니까 아름다운 것보다는 다 때려 부수는 그런 강렬한 장르가 보고 싶어 졌다. 원래는 라라랜드였는데 어쩌다 보니 ‘범죄와의 전쟁’을 켰다. 2012년 영화인데 출연진들이 어마어마하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최민식보다는 최익현이랄까. 왜 남편이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시대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잘 표현해서, 다 보고 나면 회색 연기를 몰아마신 듯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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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남편이 사라졌다.
목공놀이를 하러 갔다가 장을 보고 들어 온다. 나무판과 장을 본 재료들이 무거워서 낑낑낑. 오늘 점심은 오야꼬동이란다. 일본식 닭고기 덮밥. 쯔유가 집에 있는데 하나 더 사 온 건 비밀. 열심히 야채를 볶고 소스를 만든 오야꼬동의 맛은 부드러웠다. 잉? 맛있는데 부드러운 그 맛을 이해할까.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설거지를 하기로 했는데 남편이 당첨됐다. 오예. 우리집 요리사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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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12화를 본다.
빠질 수 없는 과자. 새로 나온 꼬북칩 인절미맛을 뜯어서 먹어 본다. 별 기대를 안 했는데 달달하고 괜찮아서 쉴 새 없이 입을 벌린다. 한 다섯 알을 남겨두고 이불속으로 쇽 들어가는 우리. 폰 요금제를 바꾸고 각자 놀다가 스르르 잠들고 마는 이숭이. 요즘 머리맡에 두고 책을 자주 읽는 남편은 책이랑 폰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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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하게 흘러가는 일요일.
저녁밥을 먹어야 하는데, 좀 움직여야 하는데 귀찮아서 이불을 지키고 있다. 남편은 옆에서 계속 간짜장이 먹고 싶다, 쟁반자장이 먹고 싶다, 떡볶이가 먹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중국집을 갈까, 시켜먹을까, 떡볶이를 만들어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짜파게티를 끓여먹기로 한다. 나는 비를 뚫고 짜파게티를 사 오고 남편은 레시피를 보면서 간짜장 소스를 만들고 있었다. 닭고기가 들어간 짜파게티와 찐 김치만두. 거하게 잘 먹었다. 돌아온 설거지 타임. 가위바위보는 남편이 이겼지만 큰 아량을 베풀어 내가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는 우리집 요리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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