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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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화요일,

1시 넘어서 잠들었는데 3시 반에 맘마를 먹네?

이때 우리는 다 비몽사몽이었겠지. 젖병을 씻고 와서 다시 누워서 쿨쿨쿨. 아침에 남편이 나간 줄도 모르고 잤다. 가끔 잠결에 나눈 대화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도 ‘잘 잤냐’는 인사를 했다던데 내 기억엔 없네. 눈을 뜨니 10시였으니까 거의 기절하다시피 잔 것 같다. 많이 재우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나무를 깨웠다. 아니 근데, 이게 누구야? 모르는 아기가 내 옆에 있다니! 부어도 너무 부은데다 너무 달라진 얼굴이었다. 부스스한 머리도 웃기는 구만. 처음에 잠깐 놀라고 그 뒤로는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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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고 놀았더라.

도망치고 잡으러 다닌다고 바빴던 것 같은데. 잠투정때문에 울다가 낮잠을 자러 떠난 나무는 2시간이나 잤다고 한다. 옆에서 놀던 나도 쿨쿨쿨. 밖에는 비가 내렸고 회색빛 세상이 온 줄도 모르고 잤네. 어쩐지 잠이 잘 오더라. 오후로 미뤄진 이유식 시간. 소고기단호박미음을 데운다. 잘 먹고 있었는데 발 밑에 있던 그릇을 차면서 홀랑 쏟아졌다. 아까워., 넙죽넙죽 입 모양을 보면 다 먹을 기세던데.. 싹싹 긁어 60ml을 먹고 분유는 130ml을 먹었다.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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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를 것 없는 오후.

틈틈이 집안일을 하고 부지런히 아기랑 시간을 보냈다. 보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다리를 보면서 키득키득. 이제는 엄마가 자주 가는 동선을 파악했는지, 보행기를 타고 내가 안 보여도 바로 울지 않았다. 내가 있을 만한 곳까지 와서 보고 없으면 울었다. 하나 둘 적응해가는 나도 신기하고 너도 신기하다. 그만 타고 싶을 때는 이마에 ‘짜증’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진다. 아이참 엄마가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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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을 시키고 나서 찡찡거리는 나무.

그 이유는 바로 잠투정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안아서 재워달라고 엉엉. 안겨서 자고 싶으니까 내려놓지 말라고 엉엉. 말만 못 할 뿐이지 생각과 감정표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네. 아주 잠시 자고 체력이 좋아졌나 보다. 이리 기어다니고 저리 기어다니네. 남편은 된장찌개랑 비엔나구이, 후라이를 올린 비빔밥을 만들어주었다. 이건 맛 없을 수 없다고.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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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퍼 25분, 윗몸 일으키기 60개를 끝냈다.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면 1개도 어려운 이숭이. 얼굴이 빨개지도로 움직이고 씻었다. 개운한 마음으로 아기를 안고 살방살방 돌아다닌다. 내 품에 안겨 자길래 일찍 자나 싶었는데 30분만 자고 일어났네.. 그리고 남편은 그때부터 선풍기를 뜯기 시작했다. 지난 번에 내가 한 번 부러뜨리고, 오늘 나무가 부러뜨려서 고장난 그 선풍기를 꺼냈다. 집에 있는 또 다른 고장난 선풍기에서 부품을 꺼내 혼자 골똘히 연구를 하고 공구를 펼쳤다. 수술 성공. 짝짝짝. 손재주 좋은 사람은 손도 손이지만 머릿속도 대단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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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아기는 다시 쌩쌩해졌다.

안겨 있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언제 자려나.. 눈도 엄청 비비고 하품도 하는데 아이참. 낮잠 2시간을 재우는 게 아니었어.. 일기는 내일 쓰려고 하던 찰나 드디어 눈을 감는다. 1시 20분 육퇴합나다.. 물 한 잔 마시고 와야지. 오늘 마신 것처럼 내일도 모레도 물 많이 마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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