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6월 23일 수요일,
어젯밤 모두가 자는 밤에 혼자 폰을 잡았다.
이제야 잠든 아기를 놔두고 거실에 나갈 수 없어서 밝기를 최대한 낮춰서 일기를 적는다. 분명히 일기는 마침표를 찍었는데 내 정신은 마침표를 못 찍고 졸아버렸다. 찬찬히 읽으면서 맞춤법도 봐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2시 반에 갑자기 깼을 때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상태였던 건 분명하다. 뭐하다가 잠든지도 모를 정도였지만 금세 알아차리고는 sns에 일기를 올렸다. 후하후하.
.
남편의 출근 준비 중에 들려온 드라이기 소리에 깼다.
예전엔 안경 알도 닦아주고 과일도 깎아주고 쪽지도 남겨주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 것도 안 하네.. 그 흔한 배웅조차도 못 하고 있는 요즘. 말이라도 다정하게 해야지. 그나마 잘 하고 있는 건 고맙다는 말이었다. 여보 오늘도 고마워요. 나무는 7시 반에 맘마 190ml을 들이켜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트림해야 하는데 앉아서 쿨쿨쿨. 밤에 그렇게 자줄래..
.
10시에 깨워서 거실로 나왔다.
늦잠과 낮잠을 줄이면 밤에 일찍 자러 갈 거라는 믿음 하나로 행동 개시! 얌전히 앉아서 맘마를 기다리더니, 숟가락이랑 그릇을 보고 입맛을 쩝쩝 다신다. 이게 맘마인 줄 아나 보다. 첫 시작은 좋았는데 분유를 내놓으라며 눈물 콧물을 쏟는 너. 이유식 80ml, 분유 140ml을 먹었다고 기록을 해둔다. 잘 먹어줘서 고마워.
.
남편이랑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빅맥!을 먹고 남은 점심시간동안 나무를 데리고 놀았다. 그가 가고 나서 목욕까지 시켜서 기분 좋을 때 200일 기념사진을 남길까 해서 방으로 데려갔다. 모자를 쓰기 전과 후가 너무 다른 우리 아기.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졸리다고 찡찡거렸다. 한 20분 자고 일어나서 바로 똥파티를 벌인다. 후다닥 치우고 다시 방에 들어와서 토토랑 베베랑 같이 사진을 남겼다. 야금야금 모은 소품들로 꾸민 우리집 스튜디오, 귀여운 나무, 잘 놀다가 찡그리는 나무. 기분이 아주 오락가락하구만.. 아마 낮잠을 많이 안 자서 그런지 너무 보채고 찡찡거린다. 무릎이랑 허리가 아프도록 안겨있다.
.
아기 200일이니까 맛있는 거 먹어야지!
바로 콜!을 외치고 메뉴도 빨리 정했다. 로제떡볶이랑 핫도그. 얼마 전에 처음 먹어봤다고 또 생각나네. 허겁지겁 먹는 동안 나무는 우리를 잘 기다려주었다. 설거지, 청소기, 빨래 개기, 얼탕소독 등 집안일을 하면서 아기 돌보기도 계속 됐다. 9시쯤 자나 했더니 금방 깨어버린다. 아유 오늘도 늦게 자겠구만.. 나는 이유식이나 만들어야지. 3~4일마다 이유식을 만드는데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완두콩을 삶아서 껍질을 벗겨낸다. 살다살다 겉에 껍질을 까는 건 또 처음이네. 흐흐. 믹서기로 갈고 삶은 소고기를 갈고. 엄마가 또 열심히 만들어 볼게! 나중에 완성돼서 한김 식혀놨다가 한 숟가락을 떠 먹여봤더니 잘 먹는다. 내일도 잘 먹어줄 지 궁금해진다.
.
문제는 나무가 잠을 잘 생각이 없다는 거.
낮잠도 거의 안 잤는데.. 통틀어 한 시간을 잤나.. 그런데도 아기의 체력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좋다. 잘 듯하면서도 안 자고 돌아다니길래 후다닥 물샤워를 시켰다. 이제는 11시에 똥파티까지.. 제발 12시 전에는 잤으면 했던 나무는 1시 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아유. 나도 나지만 나무도 피곤할 텐데 너무 늦게 자러 가는 게 계속 신경이 쓰이네.. 아무튼 200일동안 무럭무럭 자란 우리 아기, 오늘도 열심히 놀았네. 고마워 사랑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