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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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일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새벽 3시에 맘마를 먹이고 잠들었다.
우리 모두 딥슬립. 남편은 아침형 인간이었던가. 습관처럼 깼다고 하던데, 그럼 다시 자면 되는 거 아닌가? 늦잠과 낮잠을 즐기지 않는 그가 대단하네. 반면에 나는 늦잠과 낮잠이 생활이지 뭐. 완전히 정신을 차린 건 11시였다. 오늘도 나무는 꿀벌이 되어 거실과 주방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새로운 장난감을 좋아하는데 갖고 노는 건 딱 10분.. 1시간이 편하려면 도대체 장난감 몇 개가 필요한 거야..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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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기 빨래를 팡팡 털어서 널었다.
우리는 건조기를 샀으면서도 왜 쓰질 않니. 다른 종류들은 쓰는데, 아기 옷은 먼지털이 기능만 쓰는 편이다. 그래도 양말이나 막 입는 옷, 이불과 수건을 말리는 건 정말 정말 좋다. 일부 몇몇들을 건조대에 널지 않는 것만으로 확실히 여유가 생겼달까. 하지만 3일동안 쌓인 아기빨래는 왜 이리 많냐며, 베란다로 나간 남편은 한참을 밖에 있다가 들어왔다. 그동안 나는 맘마를 먹인다. 분유 100ml과 이유식 160ml. 아기새 나무가 잘 먹어준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맘마시간을 즐겼다. 고마워.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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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브런치를 꿈꾸는 우리.
어제 사 온 모닝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자!
삶은 달걀 5개, 마요네즈만 있으면 되지롱. 레몬즙을 샀는데 택배가 오는 중이니까 패스해야지. 내가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껌딱지 나무는 혼자 놀지도, 졸린데 잠을 자지도 않는다. 그저 내 품에 안겨서 발을 흔들흔들, 고개를 쭈욱 빼서 구경하기 바쁘네. 라따뚜이 이숭이의 조련?에 쉐프는 그대로 움직여줬다. 잘게 썬 달걀에 마요네즈를 넣고 섞다가 소금이랑 후추 톡톡 뿌리면 끝. 노랑노랑 색깔이 너무 이쁘잖아! ‘환승연애’ 9화를 보면서 낄낄낄. 나무도 잠들었다 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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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나무.
바쁜 일정이라도 있는 것 마냥 움직인다. 냉장고 옆에 세워둔 책장 밑에는 나무를 위한 책 한 권이 있다. 매일 한 장씩 찢고 갖고 노는데, 종종 입으로 넣어서 수시로 입 안 검사를 하곤 했다. 우리 집에 염소가 있었나. 1시간 반이나 잤으니 체력은 리셋이 되었겠지.. 졸리점퍼를 태워서 뛰게 하고 먹는 맘마는 꿀맛아니었니.. 잘 먹는가 했더니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참. 그래도 다 먹어주는게 어디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수건을 개고 이유식에 필요한 소고기육수를 만들었다. 그 다음 나는 복숭아랑 그릭요거트를 준비했다. 요즘 내 관심사인 ‘그릭모모’. 좀 더 나은 맛을 찾고 싶은데.. 결론은 늘 물음표였다. 이게 왜 맛있지? 왜 유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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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되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우리.
소고기국이랑 밥을 먹자니 밥을 해야 하고, 다른 걸 떠올리자니 마땅한 게 없다. 결국 비빔면으로 결정! 그는 3봉지를 뜯어 면을 삶고 큰 볼에 담아서 소스를 넣고 비볐다. 그때도 나무는 껌딱지가 되어 내 품에 안겨있었다네. 이번엔 돌싱글즈를 보면서 면치기를 시작했다. 아기의 귀엽고 귀찮은 방해에 먹는 것도, 보는 것도 쉽지 않지만 비빔면은 아주 맛있었던 기억만 남았다. 다시 빠진 설거지의 늪, 또 찾아온 이유식 만들기. 3개씩 만들다가 1개만 만드니까 여유롭긴 한데 주기가 금방 돌아오는 건 매한가지인 듯하다. 후다닥 고구마치즈볼을 만들고 소고기미역표고버섯죽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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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10시 반에 나무가 졸려하던데..
이 때 잠들면 한 시간 정도는 여유롭게 좀 쉬면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그리 비벼대고 품에 기대서 자더니 왜 깬걸까.. 왜 눈이 동그래질까. 맘마를 먹고 왜 말똥꾸러기가 되었을까. 우리는 그 흔한 쉼조차 없이 아기를 돌보고 재우다 안방으로 들어갔고, 나무는 12시 반에 잠들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 너무 너무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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