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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마법사 Aug 25. 2023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간다는 것의 의미

노란대문 너나들이 어린이집에서의 아마활동, 공동체 속에서 성장한 아이



 아이들이 낮잠을 자고일어나 간식을 먹고 모두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거나 간단한 이야기로 마무리 모임을 하고 오후의 새로운 자유놀이가 시작될 4시30분부터 하원이 시작된다.


 노란대문 너나들이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엄마, 아빠들이 어린이집 문을 열고 아이들의 공간에 들어간다. 문을 여는 소리와 사람 소리를 들은 4살 여*이가 까르르 웃으며 뛰어나온다. 여*이는 깡충깡충 뛰며 내 주변을 멤돈다. 나 역시 내 아이를 찾기 전 내 눈에 가장 먼저 보인 아이와 인사를 한다. 다른 아마(아빠엄마)들도 마찬가지로 문을 열고 제일 먼저 눈을 마주친 아이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내가 하원하러 가는 시간에는 주로 여*이가 제일 먼저 뛰어나와 나를 반겨준다. 나에게 장난을 거는 여*이를 간질여주다가 “안아줄까?” 하니 여*이가 두 팔을 나에게 뻗는다. 여*이가 나에게 안기자 그제서야 다섯살 우리 둘째가 내가 온 줄 안다. 그리고 질투가 폭발한다. “나도 안아줘” 두 아이를 모두 힘껏 안아준다. 두아이가 깔깔 웃는다. 그 소리에 또 다른 아이들은 제가 하고 있던 만들기 작품이나 그림을 들고 오거나 오전 산책 시간에 발견한 보물(돌맹이나 잎사귀 등)을 보여준다며 날 부른다. 그렇게 잠깐 나는 터전에 앉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 터전에서 있었던 일을 터전 아이들을 통해 알게 된다. 여섯 살 첫째아이는 내가 온 줄 알고도 잠깐 나와 눈 맞춤만 할뿐 제가 하던 일에 열심히다.(엄마 껌딱지 녀석이 너나들이에 와서 이렇게 독립적이 될 줄이야) 첫째 아이는 주로 오후 당직교사 옆에 붙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자기 작업(그림그리기, 만들기, 점토 등)을 한다. 


 이렇게 변화하고 성장한 첫째 아이를 감동과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나는 친구들에게 공동육아를 강력 추천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친구들은 “거긴 엄마 아빠들이 참여하고 활동해야 한다며”라며 난색을 표한다. 그러면 어떻게 더 이상 설명할 수가 없다.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 아마활동(아빠엄마활동)인 것 같다.


 공동육아 어린이집마다의 다를 수는 있지만 너나들이의 아마활동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월간청소아마, 놀이아마, 나들이 아마 이렇게 세가지 활동과 때때로 축제나 행사에 아빠 엄마들이 참여하거나 도울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월간 청소 아마활동은 모든 가정이 팀을 짜서 돌아가면서 한다. 그렇게 되면 일년에 한번이나 두 번 정도 청소를 하게 된다. 한번씩 터전 청소를 하며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놀잇감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교사들이 어떻게 교실 환경을 구성하는지도 눈여겨 볼 수 있는 기회이다.

 그리고 매월 놀이아마와 나들이 아마 활동 참여에 대한 기회가 공지된다. 아이들이 뒷마당에서 놀이하는 어떤 요일과 시간이 공지되면 아마들이 참여 의사를 표현하고 그 시간에 참여한다. 아이들이 구릉산에 산책하는 어느 날 어느 시간대가 공지되면 나들이 아마 참여 의사를 표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아마가 참여해서 무언가 도움을 주는 활동이라가 보다 아이들의 일상을 함께 참여해 보는 기회인 셈이다. 어쩌면 다른 어린이집의 공개수업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마들을 위해 보여주기 위해 꾸며지는 모습은 없다. 아이들은 늘 하던대로 일상을 한다. 거기에 아마들이 오면 아이들은 기쁘게 환영해 주고 손을 잡아준다. 


 한번은 남편이 산책 아마활동을 하러갔다. 아이들이 미세먼지나 날씨의 제약이 아니면 거의 매일 오르는 구릉산에 함께 오르기로 한 것이다. 4살~7살 아이들이 오르는 산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참여한 남편은 아마 활동이 끝나자마자 “애들이 다니는 산이 진짜 힘들어! 동산 정도가 아니야!! 그런데 도*랑 선*이가 손잡아서 날 끌고가 주는거야!” 이렇게 시작한 남편의 말은 태*이는 물을 챙겨주고 이*랑은 술래잡기를 하고 시*이는 메뚜기를 잡아서 자신에게 선물해주더라 등등의 말을 줄줄 이어갔다.


 남편은 늘 다른 아마들이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아마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활동을 해보고 나니 아이들이 아이들의 일상에 초대해 준것에 대한 감동을 받고 왔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선택하고 아이가 다닌지 일년 반. 내가 공동육아에 기대한 것은 교사와 아이와의 진실하고 따뜻한 관계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공동육아의 손톱끝같은 부분이었다. 공동육아는 교사와 아이만의 공동체가 아니었다.


 공동육아에 다니는 우리 아이는 우리 엄마, 아빠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 우리 엄마, 아빠가 청소해주고 가꿔주는 공간.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가 다정하게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일상 생활을 보낸다. 한번은 졸업생 아이 엄마(별칭 하*)가 발을 다쳤는지 깁스를 하고 어린이집 앞을 지나고 있었다. 잠깐 엄마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마당에서 잠깐 노는데 우리 아이가 “하* 발은 왜 다쳤어? 괜찮아?” 하며 걱정을 하는 것이다. 따뜻하고 돈독한 공동체에서 자란 아이가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관심과 걱정의 표현이었다. 부끄럼 많은 아이가 하*을 걱정하는 표현을 할때 새삼 공동육아에 오길 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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